월트디즈니가 내년 2월 개봉 예정인 어린이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모두의 리그(Win or Lose)’에서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삭제하기로 했다. 현지 언론은 2022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통과된 ‘교육 분야에서의 부모 권리 법안’에 월트디즈니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뒤 학부모들로부터 거센 반발이 계속된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디즈니 대변인은 최근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시리즈 ‘모두의 리그’에서 더 이상 성수소자 관련 줄거리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린 청중을 위한 애니메이션 콘텐츠 관련해 많은 부모가 자녀와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의 방식과 시기에 따라 논의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모두의 리드’에서 트랜스젠더 캐릭터인 ‘스튜어트’로 캐스팅된 한 트랜스젠더 배우는 현지 언론에 “이 같은 움직임이 낙담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트디즈니는 캐릭터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암시하는 에피소드에서 대화 몇 줄을 삭제하기로 했지만, 스튜어트는 시리즈 일부로 남을 예정이다.
현지 교계 언론은 이 같은 디즈니의 움직임은 2022년 플로리다주에서 통과된 ‘교육 분야에서의 부모 권리 법안’에 디즈니가 반대 뜻을 보인 뒤 강력한 반발을 얻은 것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해당 법안은 공립학교 교사와 직원이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들과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금지한다.
디즈니가 해당 법안에 격렬한 반대 의사를 표명할 당시 CEO였던 밥 차펙은 “다른 주에서 유사한 법안에 맞서기 위해 (LGBT) 옹호 단체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겠다”고 약속해 논란이 가중됐다. 디즈니가 이 법안에 맞서겠다고 밝힌 지 몇 주 후, 회사 직원들이 어린이 프로그램에 ‘퀴어’를 통합하기 위해 논의하는 영상이 알려졌다.
한편 트라팔라그룹이 컨벤션오브스테이트액션과 2022년 4월 1079명의 총선 유권자를 대상으로 벌인 여론 조사에서 미국인의 약 70%는 “디즈니가 어린이들에게 성적 아이디어를 노출하는 콘텐츠 제작에 집중한다는 보도로 그들과 거래할 의향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디즈니는 지난해 발표한 증권거래위원회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의 입장이 특정 환경 및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비롯한 공익적 이슈에 대해 우리와 종종 크게 다르다. 이는 우리의 평판과 브랜드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