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를 반복하는 디지털미디어 기술,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목회 환경, 청년세대가 이끌어가는 대중문화 현장 등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마주하는 일상은 변화무쌍하다. 이런 가운데 문화선교연구원(원장 백광훈) 필름포럼(대표 성현 목사)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가 19일 공동으로 주최한 ‘2025 문화선교 트렌드 포럼’에서 올 한해 교회와 성도들로부터 엿볼 수 있었던 흐름과 내년을 위한 전망이 발표됐다.
서울 서대문구 필름포럼에서 열린 포럼에선 성현 대표, 조성실 교회와디지틸미디어센터장, 문화선교연구원 임주은 연구원,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가 차례로 나섰다. 성 대표는 ‘축소’와 ‘양극화’를 핵심 주제어로 한국교회를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하는 동안 교회 주방 봉사의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일 점심교제가 사라지고, 중형 이상의 교회에서조차 교육전도사 청빙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청년들 사이에서 활발해지고 있는 찬양문화 또한 ‘동시대성’을 강조하며 세상의 변혁이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개인의 신앙 성숙으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대형교회와 특색 있는 소형교회로 양극화되고 있다”며 “동시에 전통적 의미의 중,소형 교회들은 고령화되고, 교회학교와 봉사활동에 필요한 봉사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센터장은 ‘AI 에이전트’의 등장, ‘1인 사역 엑셀러레이션’, ‘인공 친밀성’이 던지는 신학적 물음들을 중심으로 다가올 시대를 전망했다. 그는 “디지털 비서의 한 형태인 AI 에이전트, AI 기반의 콘텐츠 제작 도구를 활용하는 1인 사역자의 급격한 성장은 효율성 측면에선 장점이 되지만 교회의 공동체성을 약화시키는 과제를 동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의 역량과 디지털 도구의 결합이 복음 전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수록 교회는 공동체로서의 본질을 유지하기 위해 소그룹 모임과 성도 간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대두된 인간과 기계의 감정적 연결성에 대한 진단도 눈에 띄었다. 조 센터장은 “감정 로봇이 인간에게 정서적 위안을 제공하고, 환자 돌봄 로봇은 병원에서 환자의 고독감을 덜어주는 등 일상에서 ‘인공 친밀성’에 익숙해지다보니 AI 챗봇과 대화하다 자살을 겪는 사고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교회는 AI와의 관계가 인간이 가진 고유성과 영적 깊이를 훼손하지 않도록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고, 기술의 활용을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분명히 하는 균형 잡힌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연구원은 ‘불안을 끌어안고 맞서고 승화시키는 청년문화’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 뉴스, 심지어 설교까지 짧고 간절하게 보려는 청년세대의 콘텐츠 소비문화를 ‘시간에 대한 불안’으로, ‘회귀물 장르’의 소설 드라마에 열광하며 인생 리셋의 기회를 대리 체험하려는 현상을 ‘시대적, 사회적 불안’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원영적 사고’ ‘흥민적 사고’ 등 부정적인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환시켜 불안에 맞서려는 모습 또한 청년세대가 보여 준 트렌드로 꼽았다.
특히 최근 탄핵 시위 현장에서 보여 준 ‘응원봉 시위’를 언급하며 “비주류 덕후로 치부하던 이들이 모여 하나의 큰 대중문화를 만든 역사적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지금은 청년세대가 같은 불안 속에 있는 청년 타자를 이해할 줄 알게 된 시대”라며 “교회가 청년들에게 ‘세상과 맞서 완벽한 승리를 이루라’고 하기보다 불완전함 속에서 희망과 평화를 발견할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해줘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