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에 물병 던진 친윤…이준석 “나 쫓아낼 땐 그래도”

입력 2024-12-20 13:34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한동훈 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14일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친윤계 의원들이 탄핵을 찬성한 한동훈 당시 대표에게 사퇴하라고 윽박지르며 물병까지 던졌던 사실이 뒤늦게 공개돼 정치권 안팎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비공개 의총 상황이 담긴 녹취는 19일 JTBC를 통해 공개됐다. 보도에 따르면 친윤계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한 전 대표가 당론을 거스르고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건 문제라며 당대표직을 사퇴하라고 성토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더 이상 당대표직 수행하는 건 불가능하고 부적절하다. 이 자리에서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탄핵안이) 누구 때문이냐”고 따졌다. 이에 한 전 대표가 “여러분, 비상계엄을 제가 한 게 아닙니다”라고 받아치자 곧바로 고성이 쏟아졌다. 일부는 한 전 대표에게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여기서 당장) 당대표 사퇴 촉구 결의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의원총회장에서 나와 굳은 얼굴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한계 의원들이 자제를 촉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친한계 의원이 “저희가 지금 다 같이 모여서 당대표에게 끝까지 분풀이하는 모습까지 국민들에게 보여야겠느냐”고 하자 친윤계에선 “무슨 소리냐!” “(분풀이) 아니다!” 등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한 전 대표가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친윤계는 “도라이 아냐 도라이?” “저런 놈을 법무부 장관 시킨 윤석열은 제 눈을 제가 찌른 거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결국 지난 16일 당대표직 사퇴를 발표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그는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건 위대한 이 나라와 보수의 정신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마음 아픈 지지자들을 생각하면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탄핵 찬성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준석 “한동훈 억울했을 듯”… 김상욱 “물병 투척 후진적”

국민의힘 의총 상황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개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비공개 의총 녹취가 나왔으니 아마 국민의힘은 이제 의총도 마음대로 못 열고 반목할 상황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탄핵 국면으로 대통령의 귀책 사유가 명확해 대통령의 힘이 빠진 상황에서도 한 전 대표에 대한 의원들의 인식이 매우 야박하다”면서 “저를 쫓아낸다고 할 때는 임기 초의 대통령이 다 보고 받는 서슬 퍼런 상황에도 의총에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 중진 의원들이 있었다. 그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된다. 한 전 대표 많이 억울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탄핵 찬성 의견을 냈던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저도 당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어 의총장에 갈 수 없다”면서 “(당시 의총에) 가지 못해 현장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당대표에게 물병을 던졌다는 건 아주 후진적”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왜 한 전 대표가 보수의 배신자가 돼야 하고 물병 공격을 받고 욕설을 들어야 하는가”라면서 “한 전 대표가 잘못한 것이라곤 계엄을 해제하고 탄핵을 찬성하는 데 앞장섰다는 건데 그게 과연 배신인가. 보수의 가치를 지킨 사람이 어떻게 배신자가 되나. 보수의 가치를 망가뜨린 윤석열이 진짜 배신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