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열세를 딛고 2년 연속 배틀그라운드 프로씬을 제패할 수 있을까. 관건은 ‘약점 극복’이다.
광동 프릭스와 T1은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트로피카나 가든스 몰 컨벤션 센터에서 2024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 그랜드 파이널(결승)에 출전한다.
이번 PGC는 예선 격인 서킷으로 시작해 그랜드 파이널로 마무리하는 새 룰을 적용했다. 서킷에선 높은 점수를 얻은 16개 팀이 그랜드 파이널에 진출하는 식이다. 각 서킷은 1~2일차 선발전을 통해 24개 참가 팀 중 16개 팀을 가려내고 3일 차에 그랜드 파이널 진출 포인트가 누적된다.
두 팀은 앞서 예선전 격인 서킷에서 4위, 7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16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또 다른 한국 팀인 젠지는 17위에 올라 간발의 차이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 한국은 국제 대회에서 맥을 못췄다. 펍지 글로벌 시리즈(PGS)와 e스포츠 월드컵(EWC)에서 유럽과 동남아 팀이 부상하는 동안 한국 팀은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PGC는 지난해 세계 챔피언을 배출한 한국 펍지 프로씬의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다.
광동은 올해 명실상부 한국 최강 팀으로 군림했다. 지난해 다나와 e스포츠의 국제대회 우승을 이끈 ‘살루트’ 우제현과 펍지 네이션스 컵(PNC) 대표팀 출신 ‘헤븐’ 김태성을 원투펀치로 내세우고 ‘규민’ 심규민, ‘헤더’ 차지훈으로 로스터의 완성도를 높였다. ‘빈’ 오원빈 또한 언제든 실전에 투입할 능력을 갖췄다.
광동은 국내에서 열린 펍지 위클리 시리즈(PWS)를 2회 연속 석권하며 한국 최강 팀으로 부상했지만 국제대회만 가면 급격한 부진에 빠졌다. 유리한 자기장을 받고도 다소 허무하게 전력을 잃으며 탈락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실제 광동은 국내에서 숱하게 거머쥔 치킨(최후 생존)을 국제대회에서 거의 얻지 못했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운영 능력이 부족했던 셈이다.
팀의 메인 오더를 맡고 있는 ‘규민’ 심규민 또한 이런 점을 인정했다. 결승 시작 전 진행한 미디어 간담회에서 그는 “국내 대회에선 운영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이 맣고 다양성 측면에서도 세계 대회보다 떨어져서 힘든 서클에서도 상대 실수를 이용해 풀어갈 수 있었지만 세계대회는 한계가 명확했다”면서 “이를 인정하고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값을 생각하며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T1은 최근 신명관 감독이 합류한 뒤 부쩍 경기력이 좋아졌다. 비욘드 스트라토스 게이밍(BSG)을 인수한 T1은 EWC 출전권을 따낸 데 이어 PGC 진출에도 성공하며 신흥 강호로 부상했다.
T1의 최대 강점은 교전력이다. ‘이엔드’ 노태영을 중심으로 ‘제니스’ 이재성, ‘레이닝’ 김종명, ‘타이프’ 이진우가 스쿼드를 이뤄 날쌘 전투력을 뽐냈다. 예선전인 서킷에서 T1은 이러한 전투력을 십분 발휘해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지난 국제대회와 사뭇 다른 행보다.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이엔드’ 노태영은 “국제전에서 소극적인 측면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오면서 정신적으로 잘 캐치해주고 자신감 있게 만들어주셨다”면서 “특히 생각이 많아져서 방향성이 좀 아쉬웠는데 확실하게 한 방향으로 결단을 내릴 수 있게 감독님께서 도와주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방향성을 잘 잡고 준비한 대로 한다며 충분히 좋은 성적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신 감독은 T1이 교전력을 잘 살리면 충분히 우승도 노려볼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공격적으로 할 때 성적이 잘 나왔다. 긴장하지 않고 선수들이 능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쿠알라룸푸르=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