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부채 한도 증액’ 요구를 반영한 임시예산안을 부결시켰다. 수십명의 공화당원도 부결에 표를 던졌다. 임시예산안 처리 시한이 하루 남은 상황에서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정지)이 불가피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공화당 주도로 이날 하원에 상정된 새 예산안이 찬성 174표, 반대 235표로 부결됐다.
앞서 공화당은 3개월 시한의 임시 예산 편성하며 여야 합의안을 파기하고 2년간 부채 한도 폐지 등을 포함한 새 예산안을 마련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전날 기존 여야 합의안에 반대하며 ‘부채 한도 증액’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전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임시예산안은 여러 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건 민주당의 덫”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의 압박에 공화당은 수정안을 급히 마련했지만 당내 일부 의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하원은 현재 전체 430명 중 공화당이 219명으로 민주당(211명)보다 근소하게 많다. 하지만 당내에서 38명의 반란표가 나왔다.
이번 표결에선 공화당 의원 38명이 반대표를 던지며 대오에서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소속 칩 로이 하원의원은 공화당 동료 의원들에게 “당신들은 자존심이 없다”고 일갈했다. 팀 버쳇 의원도 법안의 지출 수준에 대해 한탄하며 “양심에 따라 투표했다. 이 법안에는 악취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 내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리더십을 두고 목소리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존슨 의장이 내년 의장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터져나오고 있다”며 “그는 내년 1월 새 하원에서 열리는 의장 선거에서 필요한 지지를 얻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합의 파기를 비판하고 부채한도 협상이 임시예산안에 포함되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법안 표결을 앞두고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의회가 20일 자정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미국 연방 정부 업무는 부분적으로 중지된다. 필수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공무원은 무급 휴직에 들어가면서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의회예산국(CBO)은 트럼프 1기 때인 2018∼2019년에 발생한 5주간의 셧다운이 경제에 약 30억달러 상당의 피해를 줬다고 추산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