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대미를 장식할 결승전을 앞두고 한국 팀들이 ‘마지막에 웃는 팀이 되겠다’며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광동과 T1은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트로피카나 가든스 몰 컨벤션 센터에서 2024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 그랜드 파이널(결승)을 치른다.
두 팀은 앞서 예선전 격인 서킷에서 4위, 7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16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또 다른 한국 팀인 젠지는 17위에 이름을 올리며 간발의 차이로 탈락했다.
올해 한국은 펍지 글로벌 시리즈(PGS), e스포츠 월드컵(EWC) 등 클럽 국제전에서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며 고개를 숙였다. 배틀그라운드 최고 권위 대회인 PGC는 지난해 세계 챔피언을 배출한 한국 펍지 프로씬의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다.
19일 경기장에서 진행한 미디어 인터뷰에서 광동의 메인 오더로 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규민’ 심규민은 “모든 펍지 프로 선수가 이 대회 하나를 위해 게임하고 있다”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짐했다.
그는 “저희 팀은 올해 (꾸준히 잘해서) 모든 프로 대회를 참가했다. 팀원과 함께 뿌듯함을 느낀다”면서 “마무리가 중요하다. 실수하지 않으면 선두권에 들 거고, 운이 따라주면 우승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승전 복병으로 나투스 빈체레(EMEA)와 T1, TSM을 꼽으며 “특히 T1은 알고 지내던 팀이지만 단기간 실력이 향상된 걸 보며 놀라웠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심규민은 운영에 남다른 자신감이 있다면서 “세계대회에선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한계가 명확하다. 이를 인정하고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성과를 생각한다. 그래서 힘든 서클에서도 최선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또한 “저는 제가 제일 잘한다는 자신감이 있다”면서 “잘하는 것이 놀랍지 않다. 원래 잘할 수 있는데 지난 대회에선 운이 안 좋았고 지금은 상황이 맞아 떨어졌기에 스탯이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경기만 남았는데 응원해 주는 팬들께서 끝까지 함께해 주시면 만족할 만한 성과 들고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자신했다.
함께 미디어 인터뷰에 참석한 김성민 광동 감독은 “트위스티드 마인즈(EMEA)가 실수하면 우리가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동은 올해 국내 펍지 프로 대회를 모두 제패하며 국내 최강팀으로 군림했지만 국제대회에선 기대만큼의 성적을 못 냈다. 반면 트위스티드 마인즈는 올해 펍지 국제대회에서 숱하게 우승컵을 들며 이번 PGC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김 감독은 “1년을 바라봤을 때 고난이 많았다”면서 “이번 PGC는 아직까지 힘들거나 어려운 게 없었다. 팀 체급상 당연히 결승에 올라야 하고 성적을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제일 잘해서 꼭 증명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간 아쉬운 모습 보여드렸다”면서 “결국 마지막에 증명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랜드 파이널에서 증명하고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T1의 ‘이엔드’ 노태영은 “(예선에서) 잘했던 팀은 그랜드 파이널에서도 충분히 잘할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저희가 방향성을 잘 잡고 준비한 대로 한다며 충분히 좋은 성적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국제대회만 오면 기를 못 펴고 부진했던 T1은 이번 PGC에서 비로소 만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신명관 감독이 합류하며 팀 경기력이 크게 향상된 덕이다.
노태영은 “국제전에서 저희가 소극적인 모습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오면서 정신적으로 잘 캐치해주고 자신감 있게 만들어주셨다”면서 “특히 팀이 생각이 많아서 방향성이 부족했는데 확실하게 한 방향으로 결단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실수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하면 좋은 성적 내고, 충분히 우승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 감독은 “팀에 오고 가장 먼저 신경 쓴 건 심리적인 부분”이라면서 “세계대회에서 선수들은 성적을 내고 싶어하는데 그로 인해 압박받고 계속 보여주려고 하면서 게임을 더 망치게 된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팀에 합류한 뒤 가장 먼저 선수들이 마음 편히 게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팀의 완성도는 아직 낮지만 당장 성적을 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짚고 보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T1의 강점으로 교전력을 꼽으면서 “공격적으로 할 때 성적이 잘 나왔다. 긴장하지 않고 능력치보다 더 많은 능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해보겠다. 다른 팀이 실수하면 우승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디어데이에 참여한 이들은 인터뷰 말미에 한 목소리로 “크래프톤이 앞으로 프로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