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따라 걸어 들어오길”…1000명 손길로 만든 이 거리

입력 2024-12-20 06:30 수정 2024-12-22 12:29

“와, 아빠 불빛이 너무 예뻐요. 여기서 사진 한장 찍어 주세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교회 입구에 세워진 65m 높이의 대형 트리 앞,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환한 미소로 아빠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아빠는 딸아이의 요청에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아이는 기쁨 가득한 얼굴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행복해했다. 부녀는 화려하게 빛나는 트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성탄의 따뜻한 분위기와 행복한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지난 18일 서울시 구로구 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 앞마당에 조성된 ‘지저스 러브 앤 축복의 거리’를 찾은 주민 박동혁(47)씨는 “퇴근 후 딸과 함께 산책 삼아 이곳에 들렀다”며 “교회를 다니지는 않지만 이렇게 멋진 불빛 축제를 열어주니 동네가 활기를 띠는 것 같다.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연세중앙교회는 성탄절을 기념하며 지난 11월 18일부터 ‘지저스 러브 앤 축복의 거리’ 빛의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성탄절의 본래 의미가 점차 축소되고 상업화되는 시대 속에서, 이 거리는 성도 1000여명이 성탄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며 예수님의 탄생의 기쁨과 희망을 지역사회와 나누기 위해 정성을 다해 준비한 축제다.

이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행사국의 성도들은 지난 10월부터 ‘지저스 러브 앤 축복의 거리’를 직접 기획했다. 사전 조사를 통해 유사한 별빛 축제를 방문하며 아이디어를 얻고 창의적으로 구현할 방법을 연구해 4개의 포토존 테마를 선정했다. 단순히 지역 주민들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기독교인들이 불빛 축제를 따라 걷다가 자연스럽게 교회를 방문하고 복음의 메시지를 접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했다. 그리고 약 한 달간에 거쳐 1000여명의 성도들이 각 테마에 어울리는 전구 설치부터 65m 높이의 트리 장식까지 힘을 모아 완성했다.


첫 번째 테마인 ‘빛 가운데로 터널’은 “나는 빛으로 세상에 왔나니 무릇 나를 믿는 자로 어두움에 거하지 않게 하려 함이로라”(요한복음 12:46)의 말씀처럼, 빛으로 오신 예수님께 나아가는 길을 상징한다. 두 번째 테마는 ‘소망의 계단’으로 지나온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주님과 함께 소망으로 가득 채우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세 번째 포토존은 ‘성탄의 기쁨’으로 꾸며져 있다. 이는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 박히심으로 온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억하며 그 기쁨을 되새기게 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테마인 ‘사랑의 목소리’는 성경 말씀으로 가득 찬 작은 문 다섯 개를 통해 성도와 방문객들에게 사랑과 은혜의 메시지를 전한다.

주광색 불빛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66m 높이의 트리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크리스마스트리로 추정된다. 이 웅장한 트리를 완성하기 위해 성도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크레인을 동원하고 십자가 조명탑에 올라 밧줄을 이용해 전구를 하나하나 정성껏 설치했다. 전구 하나를 올리고 고정하기까지 수없이 반복되는 세심한 작업을 통해 성도들은 예수님의 사랑과 성탄의 메시지가 빛으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지저스 러브 앤 축복의 거리’가 시작되는 입구 한편에서 여전도회가 운영하는 푸드코트도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다. 어묵, 라면, 떡볶이, 소떡소떡 등 다양한 메뉴가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돼 성도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곳을 방문한 이 푸드코트는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성도들이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음식을 통해 이웃과 따뜻한 교제를 나누는 의미 있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영민 장로는 “우리 교회는 설립 초기부터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모든 일을 맡아왔다. 이는 주님께 받은 은혜에 대한 깊은 감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은혜가 너무 커서 빚진 자의 마음으로 성도들이 봉사에 온 마음을 다해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성탄의 참된 의미와 예수님의 탄생이 전하는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지저스 러브 앤 축복의 거리’를 통해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교회로 발걸음을 옮겨 하나님을 만나고 그 사랑을 경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