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국민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에서 영감받은 현대무용

입력 2024-12-20 05:00 수정 2024-12-20 11:07
안무가 김윤정(왼쪽)과 류장현은 포르투갈 국민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에서 영감받은 ‘노바디’를 선보인다. 김윤정-류장현

포르투갈의 국민작가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에게는 ‘다중인격 문학의 선구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시인, 철학자, 극작가, 에세이스트, 번역가, 문학평론가였던 페소아가 평생 120개를 웃도는 이명(異名)을 만든 뒤 각기 다른 문학적 스타일과 철학을 담은 글을 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페소아는 자신을 여러 개의 인격으로 분화시켰다.

페소아를 좋아하는 두 안무가 김윤정과 류장현이 오는 27~29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신작 ‘노바디(noBody)’를 선보인다.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대극장 무용 솔로 공연으로, 김윤정이 안무와 연출을 맡고 류장현이 공동 안무와 함께 직접 출연했다. 류장현은 앞서 김윤정이 안무한 작품에서 여러 차례 무용수로 출연한 바 있다. ‘노바디’는 재독 안무가 김윤정 YJK프로젝트 대표가 페소아의 ‘이질적인 자아들’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됐다. 여기에 안무가 류장현이 가세해 기획 단계부터 창작 과정을 함께하며 서로의 독백과 인터뷰들을 바탕으로 완성했다.


김윤정은 현대무용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제스처와 표정, 소리, 연극적 움직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안무가다. 현대무용에서 어려운 다양한 내러티브와 캐릭터를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동안 ‘그런데 사과는 왜 까먹었습니까?’ ‘Inter-view’ ‘문워크’ ‘울프’ ‘베케트의 방’ ‘닻을 내리다’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리고 류장현은 평범한 일상을 창의적이고 신선한 몸짓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다. “모든 존재는 무한한 잠재성을 지닌 다양체”라는 생각을 춤으로 실천해온 그는 그동안 ‘칼 위에서’ ‘죽고 싶지 않아’ ‘주름이 많은 소녀’ ‘변신’ ‘산양의 노래’ ‘코놀로그’ 등의 작품에서 몸 언의 표현력을 확장시켜 왔다.

두 안무가가 선보이는 ‘노바디’는 빠르게 변하고 끝없이 대외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고독한 개인이 내면을 마주하고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자신의 내면을 유영하며 그 안에 있는 수많은 나를 발견하는 여정과도 같다. 하나의 개체로 존재하는 몸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 자신 안에 다양한 페르소나를 만나고자 한다. “복수(複數)가 되어라, 저 우주만큼!”이라고 말한 페소아의 모토처럼 ‘아무도 아닌 것이지만 그렇기에 모든 것이 되는 이야기’를 하는 공연이라는 게 김윤정과 류장현의 설명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