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총괄 디렉터가 최전방에서 얼굴을 비추고 게이머를 맞이하는 ‘소통 마케팅’이 올해도 지속됐다. 개발자가 이용자의 의견을 몸소 듣고 게임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행보는 게이머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적잖이 긍정적 영향을 준다.
과거 게임사는 가벼운 고객 서비스를 도맡은 GM(운영자·Game Master) 외엔 별다른 소통 창구가 없었다. 이 같은 방식은 아이템을 복구하거나 지형에 끼인 플레이어를 구출하는 등 버그 리포트에 적잖이 시간이 걸리고 이용자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 대처가 많았던 탓에 원성이 높았다. 한때 게임사는 ‘불통’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RPG에서 개발한 ‘로스트아크’의 초대 디렉터인 금강선 현 게임사 최고 운영 책임자(COO)의 행보는 이용자 소통 마케팅의 시초로 평가된다. 2014년부터 7년간 로스트아크 총괄 디렉터를 맡은 금 COO는 이 게임의 온·오프라인 쇼케이스와 라이브 방송에 늘 얼굴을 비춰 게이머들과 직접 소통하고 피드백을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이러한 금 COO의 노력 덕에 로스트아크는 국내를 대표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반열에 올랐고 게이머들 사이에선 ‘빛강선’ ‘낭만군단장’이라는 호칭이 생겼다.
금 COO의 후임인 전재학 디렉터도 스마일게이트의 이용자 친화적인 운영 기조를 이어받아 소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14일 전 디렉터는 로스트아크의 쇼케이스 ‘로아온’을 통해 게임 속 자잘한 불편 사항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편의성 패치, 신규 레이드 등을 발표했고 여자 홀리나이트(직업)를 깜짝 공개해 모험가의 호응을 얻었다. 쇼케이스에서 전 디렉터의 재치있는 쇼맨십과 남다른 언변에 모험가들은 연신 “대재학”을 외치며 현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넥슨의 대표 MMORPG ‘메이플스토리’ 운영을 총괄하는 김창섭 디렉터도 이용자 친화적인 운영으로 팬층이 두터운 스타 개발자다. 김 디렉터는 메이플스토리 속 신규 업데이트를 발표할 때마다 라이브 소통 방송을 진행한다. 특히 부정적인 여론도 피하지 않고 유저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게이머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일례로 김 디렉터는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소재 킨텍스에서 진행한 메이플스토리 쇼케이스 ‘NEXT’가 끝난 후 자발적으로 게이머를 한명 한명 만나 사진을 찍었다. 또한 최근 20대 메이플스토리 유저의 항암 치료 소식을 듣고 손편지와 선물을 전하는 등 진심 어린 소통 행보를 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넥슨게임즈의 인기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스타 개발자 김용하 총괄 PD 역시 이용자와 오프라인 소통의 장을 꾸준히 마련해 인기몰이했다. 최근엔 블루 아카이브 게이머가 이달 초 일어난 포항시 화재 피해자라는 소식을 듣고 직접 기부에 참여하며 눈길을 끌었다.
최근 게임사들은 디스코드, 홈페이지 등을 통해 디렉터와 게이머의 소통 창구를 다양화하고 개발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식으로 게임을 홍보하고 있다.
한편으로 개발자들의 적극적인 소통 행보에 반하게 게임 업데이트에 불만을 품어 디렉터를 무차별적으로 비난하거나 개발자를 조롱하는 콘텐츠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비하는 미성숙한 문화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많은 플랫폼이 탄생하고 그로 인해 물리적 한계들도 해소되면서 소통 창구들이 훨씬 다양해지고 또 활발해지고 있다. 결국 게임은 게이머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이를 그 누구보다도 게임 디렉터들이 가장 잘 알고 있기에 소통 마케팅에 마음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쾌하게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의 가벼운 농담이나 스킨십은 오히려 게이머들과 개발자들을 한층 가깝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다만 도를 넘는 인신공격이나 무차별적 비난은 소통이 주는 긍정적인 부분들을 희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할 문화”라고 덧붙였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