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 풍랑 속에서 교회가 할 일은”

입력 2024-12-19 15:25

신약성경 사도행전 27장에 보면 성경뿐만 아니라 항해 역사상 아슬아슬한 파선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던 바울은 동족에게 미움과 핍박을 받고 신성모독 죄와 소란죄라는 죄목으로 피소됐습니다.

바울은 로마 총독에게 몇 번이나 재판을 받았으나 유대 땅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길이 없어서 직접 가이사에게 재판을 받기 위해 로마로 호송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울이 타고 있는 알렉산드리아호라는 큰 배는 미항이라는 곳에서 겨울을 지낼 것이냐, 아니면 좀 더 가서 뵈닉스에서 겨울을 날 것이냐 하는 문제로 여러 논의가 있었습니다. 결국, 선장의 의견대로 미항을 떠나 뵈닉스로 가서 겨울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 결정에 강하게 반대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죄수의 몸으로 로마에 호송되고 있는 바울이였습니다. 바울은 대제일(금식하는 절기) 후에 있을 풍랑을 생각해 항해를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배를 탄 사람들 가운데 실권자는 율리오라는 군인 장교였습니다. 백부장 율리오는 바울의 말보다는 선장과 선주의 말을 더 믿고 미항을 떠나 뵈닉스로 향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풍랑을 만나게 됐고, 배에 탔던 사람들은 선원이든 군인이든 죄수든 할 것 없이 2주 동안이나 바다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하게 됐습니다. 다행히 늦게나마 바울의 조언을 받아들인 덕분에 그들은 14일 후 전원이 멜리데라는 섬에 표류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이 유명한 파선기에서 교훈을 얻습니다. 알렉산드리아호에 탄 사람들은 각각 항해의 목적이 달랐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저마다 삶의 목적지를 향해 항해를 시작합니다. 우리가 타고 있는 인생이라는 배는 순항할 때도 있지만, 난항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광풍에 휩쓸려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절망적인 상태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바울은 이 풍랑 속에서 큰 평안을 누리며, 오히려 이 배에 타고 있던 절망에 빠진 승객들을 안심시키고 희망을 전했습니다.

어떻게 바울이 큰 풍랑과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도 평안을 누리며 희망을 전할 수 있었을까요? 그 비결이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는 “내가 속한바, 곧 내가 섬기는 하나님의 사자가 어젯밤에 내 곁에 서서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사명을 발견했습니다. 사명의 자각이야말로 고난을 극복할 힘의 근원이 되는 것입니다. “바울아,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가이사 앞에 서야 하겠고, 또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항해하는 자들을 다 네게 주셨다”라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그는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여, 안심하라. 나는 내게 말씀하신 그대로 되리라고 하나님을 믿노라”라고 했습니다.

오늘 우리 대한민국은 문자 그대로 유라굴로와 같은 거센 풍랑을 만나 모든 국민이 불안과 공포, 혼란과 절망 속에 빠져 있습니다.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풍랑 속에서도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음식을 먹어라. 이것이 너희 구원을 위하는 것이요, 너희 중 머리털 하나라도 잃을 자가 없느니라.”

오늘 한국교회가 할 일은 바로 이것입니다. 풍랑 속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분명히 듣고, 고난 속에서 우리의 사명을 자각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신뢰하고 절망에 빠진 이 국민에게 희망을 전하는 것입니다.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