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그룹에서 억대의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 대북 송금에 공모한 혐의로 제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항소심에서 7년 8개월로 감형받았다.
수원고등법원 형사제1부(문주형 김민상 강영재 판사)는 19일 이 전 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과 정치자금법,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 8개월과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2595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6월 열린 제1심에서 이 전 부지사는 징역 9년 6개월과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2595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는 미화 합계 394만 달러(약 57억1500만원) 상당을 관할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수출했고 그중 200만 달러(약 29억원)를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 없이 조선노동당에 줬다. 범행의 실행 행위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했지만 이 전 부지사도 스마트팜 비용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 대납을 요청한 책임이 있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2022년 쌍방울 그룹에서 받은 법인 카드와 차량을 사용하고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3억3400만원 상당의 뇌물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김성태 전 회장과 공모, 경기도가 북한에 주기로 약속했던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약 72억5100만원)와 이재명 당시 도지사의 방북비 300만 달러(약 43억5100만원)를 쌍방울에 대납하게 한 혐의도 있다.
이 전 부지사의 법률 대리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수원고법 청사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검찰의 조작된 증거를 법원이 전부 인정해 상당히 유감”이라는 이 전 부지사의 입장을 전했다. 김광민 변호사는 “이 사건은 유무죄를 다툴 사건이 아니다. 기소 자체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항소심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를 검토할 예정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실체 인정… 이재명 사건 영향 불가피
이날 항소심 판단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쌍방울 대북 송금 제3자 뇌물 사건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 사건은 이 사건과 증거 관계가 상당 부분 비슷한데 제2심에서 쌍방울 대북 송금의 실체와 목적(스마트팜 사업비·도지사 방북비 대납)이 인정된 만큼 이 대표 재판에서 ‘대북 송금 행위와 목적’에 대한 추가 심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2019~2020년 김성태 전 회장에게 총 800만 달러(약 116억원)를 북한에 대납하게 하고 그 대가로 김 전 회장에게 쌍방울 대북 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과 보증을 약속한 혐의로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재판은 이재명 대표 측이 최근 제3자 뇌물 사건을 심리 중인 수원지방법원 형사제11부에 대한 법관 기피 신청을 제기해 현재 중지된 상태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