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8일(현지시간) 공화·민주 지도부가 합의한 임시예산안(CR)을 강력히 비판하며 국가 부채 상한선(Debt ceiling) 인상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양당 지도부가 내년 3월까지 적용되는 추가 임시예산안에 합의했지만 트럼프가 ‘국가에 대한 배신’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반발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반대로 예산 처리 시한인 20일까지 임시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정부 ‘셧다운(업무 일시 중단)’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공화당원들은 우리 농부들을 지원하고 재난 구호 비용을 지불하고, 2025년에 우리나라가 성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를 원한다”며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부채 한도 증액과 함께 민주당 ‘퍼주기’ 없는 임시예산안뿐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어 “공화당 의원들이 저지른 가장 어리석고 무능한 일은 우리나라를 2025년 부채 상한선에 도달하도록 허용한 것”이라며 “이는 실수였으며,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날 성명은 트럼프와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공동명의로 발표됐다.
부채한도 상한선은 연방정부가 빌릴 수 있는 금액의 최대한도로, 의회가 상한선을 정한다. 정부가 채무 불이행에 빠지지 않으려면 부채 상한선을 올려야 하는데 바이든 임기 내에 하는 게 좋다는 게 트럼프 주장이다. 부채 한도를 늘리는 게 트럼프 본인에게 정치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부채 한도를 늘리는 것은 좋지는 않지만, 차라리 바이든 재임 기간에 하는 것이 낫다”며 “민주당이 지금 부채 한도 증액에 협조하지 않는 데 우리 행정부가 있는 6월에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공개 반대는 공화당 강경파들이 임시예산안에 합의한 존슨 하원의장을 강하게 비판한 뒤 나왔다. 이들은 존슨 의장이 예산안에 민주당의 우선순위를 지나치게 반영했다고 반발했다. 이번 예산안에는 연방 재난관리청재난구호 기금(290억 달러), 농민 경제지원(100억 달러) 등 재난 예산 1014억 달러와 의원 급여 인상안 등이 포함됐다.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에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엑스(X)’에 “이 터무니없는 지출법안에 찬성하는 하원 또는 상원의원은 2년 안에 퇴출당해야 마땅하다”고 반발했다.
기존 임시예산안은 오는 20일 소진될 예정이다. 양당 지도부가 합의한 추가 임시예산안이 트럼프의 반대로 무산되면 21일부터 정부 업무가 일시 중단될 수 있다. 트럼프 1기 때에도 최장 35일간의 셧다운 등 두 차례 정부 셧다운이 있었다.
민주당은 트럼프 성명이 정부 셧다운 지시라고 비판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하원 공화당원들은 정부를 셧다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초당적 합의를 깨면 그 결과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성명을 내고 “공화당이 초당적 합의를 정치화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에게 상처를 주고 전국적 불안정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존슨 하원의장은 재난지원 등을 삭제하고 새 예산안을 만드는 ‘플랜 B’를 검토하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