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내년에는 당초 예상보다 적은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내년도에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 예상되는 것은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연준 위원들의 생각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으로 인플레이션 전망도 흐려졌다는 분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낮은 4.25~4.50%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는 2년 만에 최저치다. 연준은 지난 9월 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고, 지난달에도 0.25%를 내렸다.
연준은 성명에서 “올해 초부터 노동 시장 상황은 전반적으로 완화되었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다”며 “인플레이션은 위원회의 목표치인 2%를 향한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은 경제전망예측(SEP)을 통해 내년 말 기준 금리(중간값)를 지난 9월 전망치(3.4%)보다 0.5%포인트 높은 3.9%로 제시했다. 0.25%포인트씩 인하할 경우 두 차례만 금리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9월까지만 해도 연준이 내년에 네 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은 금리를 높게 유지해 경제를 압박하는 것을 피하는 동시에,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춰 경기 과열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려는 조치로 예상된다. 실제로 올해 초만 해도 고용이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이 하락했다. 하지만 9월 이후 고용 시장은 안정화됐고 인플레이션도 예상보다 강하게 유지됐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 결정 과정에 투표권을 가진 12명 위원 중 베스 해맥 클리브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해, 11명만 인하에 찬성했다.
연준 회의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열린 마지막 회의다. 다음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뒤인 내달 28~29일에 열린다. 해당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뒤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결정에 대해 “박빙의 결정(closer call)이었지만 옳은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의 보편관세가 재정 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우리는 관세가 무엇에, 어떤 국가에, 얼마나 오랫동안 어떤 규모로 부과될지 모른다”며 “어떤 종류의 결론을 내리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부과가 결국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는 관세 부과를 약속하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수입 비용을 높여 국내 물가를 상승시키거나, 이민 통제로 특정 산업의 임금 압박을 높여 인플레이션 전망을 흐리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관세가 내년에 근원 인플레이션을 0.3%포인트 상승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연준의 비트코인 보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연준은 비트코인 보유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연준법 개정은 의회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우리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