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돈바스, 크림반도 수복이 어렵다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RBC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프랑스 매체 르파리지앵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돈바스, 크림반도 등 이 지역은 사실상 러시아의 통제하에 있다. 우리는 이 지역을 되찾을 힘이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와 크림반도에 대한 영유권을 일시적으로 포기할 수 있는지 묻자 “우리는 우리의 영토를 포기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헌법은 이를 금지하고 있다”면서도 영토 수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돈바스와 크림반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조기 종전 계획의 핵심으로 언급되는 지역이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했다.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유력 언론은 “트럼프 당선인이 2014년 러시아가 강제로 병합한 크림반도와 2022년 2월 말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으로 점령한 동부 돈바스 지방을 우크라이나가 포기하도록 하는 방식의 종전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협상장에서 직접 대면할 수 있는지 묻자 “누구와 마주 앉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협상할 때 어떤 위치에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현 상황에서 러시아와 협상에 나서는 것은 푸틴 대통령에게 지역 전반에 걸쳐 조건을 결정할 권한을 주는 것과 같다고 했다. 논의 시작 전 구체적 전략 개발을 우선 마련하고, 이를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그 어떤 사람에게도 이런 권한을 위임한 적 없다”며 세계의 어떤 지도자도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푸틴 대통령과 협상할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바로 피해자”라고 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