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17세 소녀’ 양효진, LPGA 시즌 3승 한나 그린 위에 서다

입력 2024-12-20 07:00
아마추어 기대주로 대보건설 골프단에 일찌감치 합류한 양효진. 대보건설 골프단

지난 1일 호주 멜버른 첼트넘 킹스턴 히스GC에서 막을 내린 호주여자프로골프 ISPS 호주오픈에서 ‘철녀’ 신지애가 우승했다. 당시 그의 우승은 여자 선수로서는 적잖은 36세에 프로 통산 65번째 우승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 대회에서는 또 한 명의 주목할만한 선수가 있었다. 3위에 입상한 17세 아마추어 국가대표 양효진이다. 신지애의 통산 65승에 살짝 빛이 가려지긴 했으나 양효진의 성적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양효진의 바로 아래인 공동 4위에 올 시즌 LPGA투어 3승을 거둔 한나 그린(호주)과 LPGA투어 통산 1승이 있는 호주 동포 그레이스 김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양효진은 한국여자골프의 차세대 기대주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작년 셀랑고 인터내셔널 주니어 챔피언십 단체전 우승과 개인전 2위, KLPGA투어 롯데오픈 공동 15위(아마 1위), 파마리서치 리쥬란 드림투어 최종전 2위, 그리고 올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아마추어 1위 등의 우수한 성적도 양효진의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그리고 지난 15일 막을 내린 말레이시아 아마추어 오픈에서 2위에 입상했다. 대회를 마치고 16일 새벽에 귀국한 양효진은 국민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는데 마지막 날 6오버파로 부진한 바람에 우승을 놓쳤다”고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2007년 6월 20일 생인 양효진은 내년에 만 18세가 되면 프로 전향을 선언할 예정이다. 그는 준회원 자격 취득에 필요한 중고연맹 포인트를 이미 채운 상태여서 프로 전향 선언시 준회원 신분을 자동으로 취득한다. 정회원 테스트를 거쳐 드림투어 활동, 그리고 시드전 합격으로 2026시즌부터 1부 투어 진출이 그가 그리고 있는 타임테이블이다.
지난 15일 막을 내린 말레이시아 아마추어 오픈에서 2위에 입상한 양효진. 매니지먼트서울

그 가능성은 커 보인다. 그동안 거둔 성적도 성적이지만 골프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 그리고 성실성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대보건설 골프단이 아마추어 신분임에도 그를 유망주로 낙점해 일찌감치 영입한 게 그 방증이다.

제주 남녕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양효진의 하루 일과는 기상 즉시 5~6km 러닝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우천 등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은 날을 제외하곤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 오전에 학교 수업을 마치면 오후에 4시간 연습,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2시간가량 보충 연습을 한다.

양효진은 “이 루틴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꼭 지킨다”라며 “주말은 또 레슨을 받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야 한다. 아직은 힘든 것은 없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골프를 가급적 기쁘고 즐겁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양효진은 9살 때인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아빠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 몇 차례 쳐본 게 너무나 재미있어 엘리트 골프 선수의 길을 걷게 된 것. 입문 초기에는 제주도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김국환 프로를 만나 올해로 5년째 주말이면 김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고행(?)을 자초하고 있다. 여전히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쇼트게임 보완이 시급하다.

양효진은 “30~40m 쇼트 게임과 그린 주변 어프로치 능력이 떨어진다”라며 “올겨울 전지훈련에서는 이 부문을 중점적으로 연습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 1월 19일 1개월 예정으로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
지난 15일 막을 내린 말레이시아 아마추어 오픈 최종 라운드 출발에 앞서 챔피언조에서 동반 경기를 펼친 선수와 선전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양효진. 매니지먼트서울

양효진의 주특기는 드라이버샷이다. 롱 히터는 아니지만 거침없이 샷을 하는 게 강점이다. 비거리는 트랙맨 측정으로 240m 정도다. 또래 선수 중에서 중상위 수준이지만 비거리가 좀 더 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양효진은 “현재 체력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정규투어에서 통할 수 있는 비거리 확보를 위해서라도 웨이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다”고 말한다.

양효진은 야구를 좋아한다. 서울에 올라와 시간이 날 때면 야구장을 찾아 직관한다. 특히 올 코리안시리즈 우승팀 KIA 타이거즈의 유격수 박찬호를 좋아한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박찬호)의 환상적인 수비를 보면서 엄청난 연습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럴 때마다 ‘나도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에게는 닮고 싶은 2명의 선배 골퍼가 있다. 유쾌한 라운드를 지향하는 신지애(36)와 김효주(28·롯데)다. 양효진은 “신지애 프로님은 호주에서 동반 플레이를 하면서 처음 뵈었다. 시종일관 유쾌하게 플레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게 롱런하는 원동력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나도 신지애 프로님처럼 밝으면서도 색깔이 확실한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며 “하고 싶은 것은 자신감 있게, 그리고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할 것이다. 그게 오래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양효진은 내년 프로 전향 이전까지는 아마추어 무대에서 활동하게 된다. 물론 기회가 되면 추천으로 KLPGA투어도 출전할 수 있다. 호주여자오픈 3위와 말레이시아 아마추어 오픈 준우승으로 자신감이 한껏 오른 상태여서 벌써 내년 시즌이 기다려진다.

특히 호주에서의 3위 입상은 양효진의 골프를 한 단계 끌어 올린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아 약간 침체해 있었는데 호주오픈에서 3위에 입상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제주도에서 심리 치료사와 언어 치료사로 활동 중인 어머니의 도움으로 정신적으로도 좋아지려고 노력 중이라는 양효진의 모토는 어린 선수답지 않게 ‘내가 한 걸 후회하지 말자’이다.

양효진은 “절대 자만하지 않고 더욱더 노력할 것”이라며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면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선수가 될 것이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이며 인터뷰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