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작년 12월 “비상조치밖에 없지 않냐”…계엄 암시

입력 2024-12-18 16:49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비상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 사령관은 이를 비상계엄으로 인식했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최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조사에서 “지난해 12월쯤 식사 자리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지금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상조치밖에 없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시국을 걱정하면서 이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여 사령관은 비상조치를 계엄으로 인식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여 사령관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지자 대통령이 5월쯤부터 사석에서 계엄을 언급해왔다”고도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여 사령관으로부터 “김 전 장관이 미국 대선이 있었던 지난달 초쯤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계엄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여 사령관은 지속적으로 계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에게 지난 5월에도 반대 의사를 전했고, 김 전 장관에게도 “계엄은 전시에나 하는 것이고 군인들이 안 받아들일 것”이라고 수시로 말했다는 것이다.

12·3 비상계엄 체포 명단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과거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취지로 말해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체포명단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받았다”면서 검찰에 이 같이 진술했다고 한다.

이른바 ‘체포 명단’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 대통령이 계엄군에 체포를 지시한 것으로 지목된 사람들의 명단이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지난 3일 밤 여 사령관으로부터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등이 포함된 체포 명단을 들었다”고 말했다. 조지호 경찰청장 측은 지난 13일 “여 사령관으로부터 김동현 판사(이재명 대표 위증교사 1심 판사) 등을 포함한 15명의 위치 추적을 요청받았다”고 주장했다.

여 사령관 변호인은 “위치 확인 등을 물어본 건 사실”이라면서도 “방첩사가 구체적인 계엄 사전 준비를 했다는 등의 사실은 객관적으로 나온 게 없다. 여 사령관 본인도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