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방식으로 나선 게이머들…쏟아진 ‘계엄·탄핵’ 게임

입력 2024-12-18 16:25
'서울의 밤' 실제 게임 플레이 장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소추안 거부 등을 풍자한 각종 게임이 화수분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난주 많은 시민이 모였던 전국의 집회 현장에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낸 게이머가 곳곳에서 등장해 업계 안팎으로 관심을 받기도 했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firstseethesun’ 개발자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군과 경찰 등으로부터 국회를 막아내는 ‘서울의 밤’ 게임을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해당 게임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긴박했던 국회의 3시간을 배경으로 제작됐다. WASD키를 이용한 간단한 이동 조작법으로 민심, 법전, 소화기 등의 무기를 이용해 오후 10시29분부터 다음날 오전 4시30분까지 국회를 지키는 게임이다.

게이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선택할 수 있고 게임 중간에 보스로 나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윤 대통령을 피해야 한다. 게임 시작 전 ‘부당한 계엄 시도에 맞서 국회를 지켜내세요’라는 문구가 나오고 이 대표를 선택하면 “위헌적 계엄 선포. 국민 여러분, 국회로 와주십시오”라는 말이, 한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막겠습니다”라는 말풍선이 나온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긴박했던 계엄 당시의 국회 상황이 곳곳에서 묘사된다. 전반적인 비상계엄 시나리오를 그대로 따라가 눈길을 끈다. 최종 보스인 윤 대통령을 물리치거나 오전 4시30분까지 국회를 지키면 ‘승리! 계엄군이 물러났습니다. 민주주의가 승리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오고 게임을 마친다.

'퐁2024' 이미지.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지난 16일엔 국회의사당에서 튀어나오는 국회의원을 튕겨내 도로 집어넣는 캐주얼게임 ‘퐁2024’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됐다. 이 게임은 화면 하단의 사람을 조작해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거부했던 105명의 국회의원을 다시 국회로 들여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핑퐁 게임이다.

앞서 탄핵안 투표가 부결된 국회를 배경으로 한 ‘12월7일’ 게임도 등장해 게이머의 관심을 받았다. 게이머는 국회의원이 되어 직접 자리에 앉아 윤 대통령 탄핵의 찬성과 반대를 눌러 투표하는 게임이다. 일부 게이머 중 밖으로 나가는 선택지를 고르면 탄핵 표결에 불참한 105인의 국회의원 명단과 함께 ‘역사가 심판한다’라는 멘트를 볼 수 있다.

12월7일 게임 개발자는 온라인 게시글을 통해 “시위에 가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큰 빚을 진 것 같아 105인의 이름이라도 잊지 않고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며 “게임으로 가볍게 여기려는 목적이 아니다. 게임 속 소리는 없다. 여러분 주변의 소리가 곧 게임의 소리”라고 전하기도 했다.

'촛불 게임잼' 모집 글. X 캡처

지난주 전국 집회 현장 곳곳에선 몇몇 게이머의 이색적인 탄핵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8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시위엔 각각 ‘피크민’ ‘파이널판타지14’ ‘블루 아카이브’ 등 게이머들이 준비한 독특한 문구의 깃발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쌓인 게임 위원회’ ‘방구석 게임 마니아 연맹’ 등 게이머 집단도 시위에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한 게이머는 한파 속 집회 현장에서 노트북을 가져와서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일부 게이머는 계엄령의 기억을 게임 예술로 기록하자는 취지로 ‘촛불 게임잼’이라는 행사를 열고 현장에서 둘러앉아 게임을 만드는 시위를 열었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게이머들한테 게임 플레이는 본인의 생활에서 우선순위 중에 가장 높은 부분에 속한다. 이번 집회 참여는 본인의 소중한 생활 영위가 저지당할 수도 있었다는 위기감 같은 거를 표출한 것”이라면서 “일반인이나 게임 플레이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은 ‘재밌네’라며 무시할 수 있지만 게이머들로서는 본인의 생존, 생활을 위협받는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출하고 풍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