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에 ‘다만세’ 추며 오열…BBC가 찾는 어르신

입력 2024-12-18 14:17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탄핵 촉구 시위대 사이에서 눈물을 흘리는 한 남성의 모습. 엑스 캡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순간 기뻐하는 시위대 틈에서 울음을 터뜨린 70대 남성의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상황을 포착한 영국 BBC 기자는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이라며 이 남성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제이크 권 BBC 기자는 지난 14일 엑스(X)에 “1947년생 이승방, (탄핵안 가결) 발표 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17초짜리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탄핵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시위 참석자 사이에서 울먹이는 남성의 모습이 담겼다. 환호하는 시위대와 달리 그는 감정에 북받친 듯 고개를 떨궜다가 양손을 위로 들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

당시 현장에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곡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등 희망적 가사로 이번 탄핵 촉구 집회에서 ‘떼창’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흥겨운 곡에 맞춰 기뻐하는 젊은이 무리 속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엇박자’로 춤을 추는 이 남성의 영상은 18일 오후 기준 약 80만회 조회됐다.

엑스 캡처

제이크 기자가 ‘1947년생 이승방씨’라고 밝힌 이 남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한국 역사의 모든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자신이 울먹인 이유를 설명했다. 또 “오늘부로 한국 정치는 더 발전할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노동·기후 운동가로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BBC 진 매켄지 서울 특파원도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며 “이씨는 벅찬 감정을 보여줬고, 제작진은 큰 감동을 받았다”고 엑스에 적었다. 이어 “(영상) 편집이 급해 이씨의 연락처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이씨를 아는 분이 있다면 이 영상을 공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BBC 기자들이 이같은 게시물을 엑스에 올린 이후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씨를 수소문하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 “짧은 영상만으로도 간절했던 마음이 전해진다” “자세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같은 반응이 잇따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