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영웅] “눈 좀 치워주고 갈게요” 편의점 사장님과 손님의 인류애 충전 사연 (영상)

입력 2024-12-29 06:00




“우와~~~ 대박”
편의점 앞 주차장. 굴착기가 지나간 자리엔 얼어붙었던 눈이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지켜보며 감탄하는 사람은 바로 편의점 사장님입니다.


편의점 사장님과 손님의 인류애 충전 사연


올해 첫눈이 내린 지난 11월 28일. 경기도 화성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소희(30)씨는 종일 내린 눈과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눈을 쓸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김소희 CU화성독정로드점 사장님
“제설 삽이 한 두세 개 있는데 그것도 다 부러져 가지고, 이어 붙여야 되나 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그때 굴착기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더니 누군가 편의점에 들어옵니다.


25년차 베테랑 굴착기 기사 최동재(51)씨였습니다. 그는 도시락과 컵라면 등을 골라 소희씨에게 건네며, 먹고 갈 수 있냐고 묻습니다. 소희씨는 당황했어요. 폭설 탓에 천막이 이렇게 무너져 식사할 곳이 없었거든요.



김소희 CU화성독정로드점 사장님
“편의점은 원래 취식이 가능한 곳이어야 하는데 눈 때문이든 뭐든 그게 안 되는 상황이면 손님한테 죄송한 일인 거고...”



최 기사님이 도시락을 데우는 사이, 미안한 마음이 든 소희씨는 자신의 의자를 쓱 갖다 놓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친절은, 최 기사님을 크게 감동시켰습니다.


정말 말도 안되게 많은 눈이, 짧은 시간에 쏟아진 터라 기사님은 전날부터 한 끼도 못 먹은 채 밤새 제설작업을 한 상태였어요.


너무 피곤하고 배고파서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던 그는 사장님의 이 작은 배려가 정말 고마웠다고 해요. 그래서 나가면서 기사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눈 좀 치워드리고 갈게요”


이후 주차장에선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얼어붙어 쓸리지도 않았던 눈이 굴착기 삽이 지나가자 순식간에 마법처럼 사라진 겁니다.


기사님은 30분 넘게 편의점 앞을 구석구석 치워줬고, 소희씨는 그런 기사님이 너무 고마워 따뜻한 차와 간식을 건넸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류애 풀 충전한 감동실화’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김소희 CU화성독정로드점 사장님
“기시님 포클레인에 번호가 크게 프린팅되어 있으니까 개인사업자분이시구나. 홍보되면 좀 도움이 되겠다 해서 인스타에 편집해 올렸어요”


게시물은 순식간에 200만 뷰가 넘었고, 5만 건에 가까운 ‘좋아요’를 받으며 말 그대로 대박이 났습니다. 이후 두 사람의 사연이 언론에도 보도되면서 화제를 모았고, 덕분에 최 기사와 소희씨는 지난 12월 9일 다시 만났습니다. 알고보니 그날 기사님은 편의점 앞에서 한참을 쉬다 갔다고 하는데요.



최동재 굴착기 기사
“눈이 또 올까 봐 대기하는 시간이라 거기서 좀 쉬다 갔죠. 꽤 오래 있다가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이렇게 대기하다 갔거든요”





기사님이 마음 놓고 이곳에서 쉬다간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소희씨네 가족은 2년 전 이곳에 편의점을 개업할 때 중장비 기사님 고객이 많다는 걸 고려해 개방화장실에 비데와 온수기를 설치했다고 해요.


밤새 쉬려면 가장 중요한 게 화장실이잖아요. 덕분에 최 기사님도 이곳에서 잠시나마 눈을 붙인 뒤 새벽에 또 제설작업에 나설 수 있었답니다. 이날 두 사람이 주고받은 호의 덕에 얼어붙은 땅은 물론, 우리들 마음까지 녹아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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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