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내년엔 국제대회 우승 도전”

입력 2024-12-18 11:59 수정 2024-12-20 02:40

한화생명e스포츠는 올해 창단 6년 만에 최초로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우승을 차지했다. 스프링 시즌을 3위로 마쳤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선수단과 코치진, 사무국이 의기투합해 하나로 똘똘 뭉쳤다.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 천적으로 여겨지던 젠지를 꺾고 그토록 염원하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63 스퀘어에서 한화생명e스포츠 김성훈 단장을 만났다. 올해 팀이 거둔 성과의 평가, LoL 월드 챔피언십 8강 탈락에 대한 성찰, 지난달 화제가 됐던 스토브리그 움직임과 향후 팀의 운영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창단 후 처음으로 LCK 우승을 차지했다. 로스터 재편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셈인데.
“한화생명이란 이름으로 이뤄낸 첫 우승이어서 그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진다. 전 포지션에서 우승 경쟁력을 갖추는 게 지난해 스토브리그의 목표였다. 플랜A대로 핵심선수 ‘제카’ 김건우, ‘바이퍼’ 박도현과 빠르게 재계약을 체결하고 ‘피넛’ 한왕호, ‘딜라이트’ 유환중, ‘도란’ 최현준을 차례대로 영입했다. 코치진을 재신임했던 이유는 2023년엔 팀이 정상적으로, 온전하게 시즌을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번 더 기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가진 장점이 명확했기에 올해 선수단과 조화를 이룬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거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스토브리그 당시 구상했던 전략이 잘 작동했다고 본다.”

-스프링 시즌 3위에 그쳤지만 서머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사실 스프링 시즌도 결코 못한 시즌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정규 리그 성적은 15승3패로 서머 시즌보다 1승이 더 많다. 다만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다전제에 어울리는 전략과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 사무국이 코치진과 의논한 건 ‘한화생명이 우승하거나 적어도 결승에 가기 위해선 우리만의 전략이나 필승 카드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사무국이 말하기 전에 코치진도 이미 피부로 느끼던 문제였다. 사실 게임에 관한 피드백은 코치진에게 일임하고 있다. 우리는 감독과 코치에게 절대적 신뢰를 보내고 있고 그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전제 준비를 더 철저히 한 성과가 서머 시즌에 나왔다. 스프링 시즌 대비 향상된 호흡, 더 커진 선수들의 우승 염원도 경주 결승전의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LCK 제공

-LCK 1시드 자격으로 월즈에 진출했지만 8강에서 조기 탈락했다.
“모든 팀이 그랬듯 우리 역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러나 8강 탈락이 만족할 만한 성적이 아니란 건 명확하다. 이번에 베를린과 파리를 오가면서 사무국도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다전제와 토너먼트 방식의 대회에서 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코치진을 보강하고 외부업체와 협업하려 한다. 대회 탈락 후 선수단, 코치진과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내년에는 이 소중한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자’고 의기투합했다. 다음 월즈에선 사무국도 선수단에 더 좋은 지원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월즈 종료 후 스토브리그가 시작됐다. 이적 시장이 열리기 전 박도현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생명에 박도현은 선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왕호와 함께 맏형으로서 선수단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량적으로도 늘 상수 역할을 해주기에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한화생명은 이제 창단 6년 차다. 다른 팀보다 역사가 짧은 편이다. 팀의 헤리티지(heritage·유산)를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다. 그런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가 박도현이다. 그 역시도 한화생명이라는 팀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꿈이 남아 있다. 국제대회 우승이다. 선수와 팀의 목표 의식이 같았기에 원만하게 재계약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적 시장이 열린 뒤에는 ‘제우스’ 최우제를 잡았다.
“최우제는 탑라이너 포지션에서 최고의 선수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라면 어디든 최고의 선수를 원할 거라고 생각한다. 한화생명 역시 마찬가지다.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최고의 성적을 내서 팬분들을 기쁘게 만들어드리는 게 한화생명이라는 e스포츠 팀의 운영 기조다. 그렇기에 이적 시장이 열리자마자 최우제와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함께하면 국내·외 대회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겠다는 데 팀과 선수의 생각이 일치했다.
우리는 협상 과정에서 선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존중했고 e스포츠는 물론 다른 스포츠 종목 팀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시설, 선수가 오롯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인력 등을 어필했다. 마지막으로 백종순 여사님의 맛있는 음식도 깨알같이 어필했다.(웃음)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작은 것부터 거시적인 것까지 전부 동원한 셈이다.”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속전속결로 영입을 확정 지었다.
“최우제 영입전에 시간을 끌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야 플랜B나 C로 즉시 선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와는 달리 영입을 빠르게 확정 짓기 위해 마감기한을 정해놓고 협상에 들어갔다. 에이전시와 선수측에 마감기한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협상을 진행했다. 한화생명 고위임원도 동행했다. 협상 테이블이 열리면 팀과 선수 간에 핑퐁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최우제 영입 당시에는 어느 정도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임원이 대기하며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보냈다. 일부 의사결정을 한 덕분에 협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덧붙여 말씀드리고 싶은 건, 우리는 한화생명이라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팀이다. 리그의 규칙과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해가며 선수를 영입한다. 법적으로 문제 여지가 있을 만한 선수 영입은 없었다고 이 자리를 통해 분명히 말씀드린다.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추측성, 억측성 비난은 자제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최인규 감독과도 재계약을 체결했다.
“단번에 모든 우승을 차지하면 좋겠지만 어려운 일이다. 팀은 단계별로 차근차근 목표를 달성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목표는 LCK 우승이었다. 내년엔 더 나아가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코치진을 새롭게 편성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기존 코치진·선수단과 한 계단씩 밟아나갈 계획을 세웠다.
코치를 추가 영입할 예정이지만 그게 기존 코치진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토너먼트 대회에서 부족했던 마지막 한 끗을 채우기 위해서는 전력분석 능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객관적인 전력·메타 분석을 위해 데이터 분석 업체와 협업도 고려 중이다. 팀의 전력을 내부인이 아닌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한화생명의 IP(지식재산권)를 모기업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인지.
“올해 e스포츠 팀과 연계해 만든 저축보험 상품이 기존 목표의 200%에 달하는 판매 수치를 기록했다. 창단 첫 LCK 우승 이후 팀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기업 내부적으로도 느낀다. 내년에는 팬분들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멤버십 서비스를 운영하고 해외법인과 연계해서 글로벌 마케팅 프로모션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한화생명이 생명보험 업계 톱을 다투지만 베트남에선 후발주자인데, 올해 e스포츠 팀이 베트남에서 개최한 e스포츠 팬 페스타 행사를 통해 현지 2030세대에 모기업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해냈다는 게 현지법인의 평가다. 이처럼 궁극적으로는 e스포츠 팀이 한화생명을 알리는 하나의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으로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더불어 팀 팬을 늘리기 위해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 채널도 다른 팀들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운영할 생각이다.”

-끝으로 한화생명의 단장으로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팀의 모든 경기를 현장에서 본다. 그동안 팬분들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종종 대화도 나눠봤다. 팀의 승리와 우승에 대한 팬분들의 염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올해 6년의 긴 기다림 끝에 첫 우승을 이뤄냈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죄송한 마음도 든다. 사무국이 느낀 기쁨도 컸지만 팬분들께서 느끼신 기쁨의 크기엔 못 미칠 것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우승의 기쁨을 안겨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내를 넘어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팀으로 거듭나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