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뒤끝’, 해리스 승리 예측한 신문사 고소

입력 2024-12-18 06: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개입 혐의로 신문사에 소송을 제기했다. 대선 직전 공화당 우세주인 아이오와주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역전했다는 여론조사를 냈던 유력 신문사 ‘디모인레지스터’를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전날 오후 디모인레지스터의 모기업 가넷과 여론조사 전문가 앤 셀저 및 그의 여론조사업체 ‘셀저 앤드 컴퍼니’에 대해 선거 개입 혐의로 고소했다고 전하며 “이번 소송은 언론사에 대한 트럼프의 지속적인 법적 공격의 추가 사례”라고 보도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대선 3일 전에 발표된 것으로 트럼프가 공화당 텃밭 아이오와에서 해리스에게 3%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였지만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해리스가 이긴다는 여론조사에 민주당은 환호했고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선에서 아이오와주에서 약 13%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이번 고소는 명예훼손이 아닌 해당 매체가 아이오와소비자사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제기됐다. 해당 법률은 광고나 판매에서 기만적인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 측은 셀저의 여론조사가 ‘선거 개입’에 해당하며, 투표 직전 해리스에게 유리한 조사를 해 해당 법률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여론조사 발표 당시에도 트루스소셜에 “트럼프 혐오자가 실시한 여론조사”라고 반발한 바 있다.

디모인레지스터 측은 “우리는 해당 보도를 지지하고 소송은 실익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발표 당시 인구통계, 가중치 등 각종 여론조사 요소를 설명하면서 여론조사가 실제 선거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는 해명이다.

여론조사를 수행한 셀저는 30여 년간 미국 여론조사 업체에서 일하며 아이오와주의 득표율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해온 공신력 있는 전문가다. ‘중서부의 예언자’라는 칭송까지 받았지만 이번 대선 직전 여론조사 실패로 논란에 휘말린 뒤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사들을 ‘국민의 적’이라고 부르며 적대해왔다. 이미 여러 차례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0월 CBS방송의 인기 시사프로그램 ‘60분’이 해리스와의 인터뷰를 편집해 내보낸 것이 선거 개입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지난해 2월에도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자신과의 인터뷰를 허락 없이 ‘오디오북’으로 발간했다며 소송했다.

트럼프는 ABC 방송을 상대로 한 명예소송에서 최근 1500만달러를 받고 소송 종결에 합의했다. ABC 앵커 조지 스테파노폴로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간’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는데, 트럼프 측은 강간이 아닌 성추행 혐의만 인정됐다며 제기한 소송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몇 달 동안 트럼프는 언론을 상대로 다양한 법적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는 언론인들이 어떤 종류의 보복을 당할 수 있는지 경고하는 의미도 있다”며 트럼프가 법적 시스템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사업가 시절부터 소송 ‘전문가’였다. 자신의 부동산 사업을 비판한 책을 낸 시사평론가 티모시 오브라이언을 상대로 지난 2006년 50억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5년이나 끌고 간 바 있다. 결국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트럼프는 “나는 그의 인생을 비참하게 만들려고 소송을 했고, 나는 만족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