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앤다커’ 첫 증인 신문도 팽팽…“P3 그대로 제작” vs “한 차례도 사용한 적 없어”

입력 2024-12-17 19:37
아이언메이스 제공

게임 ‘다크앤다커’의 저작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하는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첫 증인 신문이 17일 열렸다. 양측은 넥슨의 미공개 프로젝트 ‘P3’의 중단 경위, 아이디어 도용 여부, 게임 유사성 등과 관련해 상반된 주장을 내놓으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부장판사 박찬석)는 17일 민사법정동관 463호에서 넥슨코리아(원고)가 아이언메이스 핵심 관계자 최씨(피고) 등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대한 소송 4차 변론을 열었다. 애초 재판은 10월24일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10월21일 재판부의 변론재개 및 석명준비명령에 따라 변론이 재개됐다.

넥슨은 과거 P3 개발 팀장이던 최씨가 개발 중인 게임 소스 코드와 각종 데이터 등 핵심 에셋을 개인 서버로 무단 유출해 퇴사 후 아이언메이스를 세우고 다크앤다커를 만들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넥슨 측 증인으로 참석한 김씨는 “P3의 전신인 1인칭 싱글 플레이 게임 ‘LF 프로젝트’의 팀원으로 참여했다”며 “당시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해서 팀원을 보강하기 위해서 내가 투입됐다. LF 프로젝트 작업물은 퀄리티가 나빴다. 그에 비교해서 팀원 대부분이 큰 자신감을 갖고 있어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당시 LF 프로젝트는 게임성과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내부 평가로 중단됐고 새 프로젝트인 P3로 전환됐다. 김씨는 “전환되는 과정에서 당시 신규개발본부장이었던 김대훤 전 부사장이 P3에 PvP(플레이어 간 대결)나 탈출 요소를 보강하고 멀티 플레이로 전환하는 걸 제시했다”면서도 “다만 당시 최씨는 PvE(플레이어와 환경 대결)를 PvP로 전환하는 걸 꺼렸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나는 과거 개발했던 다른 게임을 바탕으로 P3의 원시 버전을 혼자서 만들었다. 어두운 던전, 횃불, 몬스터, 보물상자, 탈출요소 등 원시맵 버전의 개발 전체를 담당했다”며 “이후 P3는 알파맵·베타맵을 거쳐 감마맵 버전까지 개발이 진행됐다. 베타맵 버전에선 자기장과 유사한 독가스 등이 있었고, 감마맵 버전에선 탈출과 로프 기능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당시 P3 디렉터였던 최씨의 리더십이 부족했고 의사 결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씨와 일하면서 인성과 실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최씨는 게임과 관련해서 명확한 판단을 빠르게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지지부진한 성격 탓에 신작을 정상적으로 개발할지 의문이 있었다”며 “조그만한 스트레스도 관리하지 못해 폭언하는 경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발 과정 중 최씨가 외부 투자에 대해 언급하면서 새로운 회사로 전직하자는 제안을 간헐적으로 했다. 팀원 전원을 한 명씩 불러 면담해 지분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팀원들의 사기 저하, 핵심 개발진의 퇴사 등으로 인해 P3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고 김씨는 증언했다. 김씨는 “추후 다크앤다커가 출시되는 걸 보고 황당했다. P3와 다크앤다커의 기본적인 게임성이 같았고 내가 개발하던 게임이 그대로 완성돼서 출시한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퇴사한 회사 자료를 이용해서 게임을 만들면 (과거 프로젝트와) 달라 보이기 위한 노력을 할 거 같은데 같은 에셋을 사용하는 걸 보고 사회정의를 조롱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P3에서 사운드 개발자로 참여했다가 현재 아이언메이스에 소속된 오씨는 넥슨과 넥슨의 경영진 선택으로 P3 프로젝트가 개발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P3의 알파맵에서 베타맵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합류했다. 사운드 개발을 담당하는 팀원은 나를 제외하곤 없었다. 사운드개발은 구글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파일로 적용한 상태였다”면서 “김 전 부사장에서 ‘서든어택’ 등을 개발한 곽씨로 P3 팀장이 바뀌었을 땐 애당초 FPS 게임을 개발할 거라고 말했다. 당시 P3의 개발은 완전중지였고 ‘P7’으로 프로젝트 명이 바뀔 때는 멕시코 카르텔을 배경으로 한 총기를 사용하는 거로 게임 방향성이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오씨는 “아이언메이스 합류한 이후 다크앤다커를 개발할 때 P3 자료를 단 한 차례도 사용한 적 없다”면서 “다크앤다커를 개발할 때 외부투자를 받지도 못했고 초기 자금은 직원이 지분을 구매하거나 대표가 가족들에게 돈을 빌려서 충당했다. 당시 직원의 월급도 밀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P3의 개발 버전은 배틀로얄 장르였고 게임 속 포탈은 순간이동 기능이었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P3 의 감마맵 버전까지 탈출 기능이 없었고 논의도 없었다. 넥슨 측 증인인 김씨는 P3가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다”며 “P3는 배틀로얄로만 게임이 개발됐었고 익스트랙션 슈터 장르로 변경되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넥슨 측은 최종 변론에서 “P3에서 탈출의 여부는 모든 흐름을 보면 다 드러난다. 설령 탈출 기능이 없었다고 해도 해당 프로젝트의 성과물 도용을 피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은 게임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다만 아이언메이스 측은 “몇 가지 앙상한 아이디어만 남아있는 걸 사용하지 말라는 주장은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지 말라는 의미와 같다”며 “넥슨은 그동안 이러한 개발 방법으로 성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제 와서는 만들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을 마치고 선고기일을 내년 2월13일로 잡았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