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벗은 시리아 반군수장…유엔은 “새 행정부 사령관”

입력 2024-12-17 18:31 수정 2024-12-17 18:38
시리아 반군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 수장 아메드 알샤라가 16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유엔 시리아특사 예이르 페데르센을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리아 반군의 수장 아메드 알샤라(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16일(현지시간) 군복을 벗고 평상복 차림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 나섰다.

시리아 국영 SANA통신에 따르면 알샤라는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유엔 시리아특사 예이르 페데르센을 만나 향후 국정 운영 계획을 논의했다.

알샤라는 이번 회담에서 군복 대신 셔츠와 재킷을 입고 페데르센 특사를 맞았다. 그는 내전 과정에서 군복과 터번을 주로 착용했다. 이슬람 무장세력 수장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온건한 이미지를 주기 위한 연출로 해석된다.

알샤라와 그가 이끄는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은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돼 미국 정부에 테러단체로 지명됐지만, 이후 알타에다와 결별하고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등 ‘온건 노선’을 추구하며 국제 이미지 개선에 힘쓰고 있다.

페데르센 특사는 알샤라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회담 이후 성명을 통해 알샤라를 “새 행정부의 사령관”이라고 지칭하며 “신뢰할 수 있고 포괄적인 시리아 주도의 정치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알샤라와 HTS를 과도정부의 주체로 인정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또한, 페데르센 특사는 “시리아 국민에게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반군이 세운 과도정부의 향후 행보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외교장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수주 혹은 수개월간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긍정적 행위가 보여야 할 것”이라며 과도정부가 포용적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시리아 내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다수 장관은 새로운 지도부가 러시아의 영향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향후 긍정적 움직임이 확인되면 시리아에 대한 제재 정책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도 지난 9일 “앞으로의 행동으로 판단하겠다”며 HTS 테러단체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동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시리아 과도정부에 포용적인 정권 이양을 촉구하며 “이는 수십 년간 독재와 갈등, 부패, 고립을 겪은 시리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국제적 인정과 지원을 얻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