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 트뤼도 사퇴 임박?’…재무장관 기습 사임에 최대 위기 봉착

입력 2024-12-17 18:01
쥐스탱 트뤼도(왼쪽) 캐나다 총리와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재정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오던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사임했다.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지지율에도 총리직을 고수하던 트뤼도 총리에게 결정적 타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 CBC방송 등에 따르면 프리랜드 부총리는 16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저와 트뤼도 총리는 몇 주간 캐나다의 진로를 두고 의견이 맞지 않았다”며 사임을 발표했다.

프리랜드는 2개월간 판매세 징수를 중단하는 안과 전 국민에게 250 캐나다달러 수표를 지급하는 ‘경기 부양책’을 두고 트뤼도 총리와 충돌해왔다. 프리랜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에 대비해 감당하기 어려운 확장 재정은 피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트뤼도 총리는 경기 부양책 시행을 고수했고 프리랜드를 좌천시키려고 시도했다. 그는 프리랜드에게 캐나다·미국 관계를 담당하는 실권 없는 장관직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랜드는 이에 반발해 가을 경제 연례 보고서 발표일인 이날 재무장관직 사퇴를 기습 발표했다. 그는 “트뤼도 총리는 13일 제가 더는 재무장관으로 일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른 직책을 제안했다”며 “생각해보니 제가 내각에서 사임하는 것이 유일하게 정직하고 실행 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6일(현지시간) 프리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의 갑작스런 사직 이후 수도 오타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도미니크 르블랑 신임 재무장관. AP연합뉴스

트뤼도 총리는 측근인 도미니크 르블랑 공공안전부 장관을 후임자로 지명했다. 하지만 여당인 자유당의 혼란을 피할 순 없었다. 이날 오후 긴급하게 마련된 자유당 의원총회는 트뤼도 총리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약 15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섰는데 대부분 트뤼도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트뤼도 총리는 “대중의 우려를 들었으며 며칠 동안 미래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뤼도 총리와 자유당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토론토·몬트리올 등에서 열린 보궐선거에서 텃밭을 빼앗기는 등 낮은 지지율로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338캐나다에 따르면 15일 기준 제1야당인 캐나다 보수당의 지지율은 43%로 자유당(22%)의 2배에 달한다. 특히 소선거구제인 캐나다 총선에서 현재 추세면 자유당 의석수는 153석에서 40석 안팎까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심지어 수년간 자유당의 우군 역할을 해온 신민주당도 9월 신임공급 협약을 파기한 데 이어 트뤼도 총리가 사임하지 않는다면 내년 초 불신임결의안에 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 10월에도 20여명의 의원들이 물러나라고 요구했지만 거부했다. 그러나 이번 위기를 극복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나단 말로이 오타와 칼턴 대학교 교수는 “총리가 계속 집권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그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