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CC의 리온 윌리엄스는 38세의 적잖은 나이에도 꾸준히 프로농구(KBL) 코트에서 활약 중인 단골 외국인 선수다. 화려한 플레이나 세리머니를 즐기지 않는데다 2옵션 선수로 뛰고 있어 큰 주목을 받진 않지만 묵묵히 장수 외국인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윌리엄스는 2012년 고양 오리온(현 소노) 유니폼을 입고 KBL에 데뷔했다. 2015-2016시즌을 제외한 모든 시즌을 KBL에서 보냈다. 그는 KBL 10개 구단 중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서울 삼성을 제외한 8개 팀을 거쳤다. ‘저니맨’으로 볼 수도 있지만, 윌리엄스를 원하는 팀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윌리엄스는 12시즌 평균 12.1점에 8.1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눈에 확 띄는 기록은 아니지만 성실하고 꾸준한 플레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아왔다. 특히 각 구단이 부상, 불화 등에 따른 이탈로 기존 외국인 선수의 공백을 겪을 때 급하게 대체 선수로 영입된 경우가 많았다.
2018-2019시즌에는 오리온과 서울 SK, 원주 DB 등 3개 팀에서 뛰는 진풍경을 낳기도 했다. 그는 평소 원만한 성격으로 구단 및 동료 선수들과 불협화음을 일으킨 적이 없어 시즌 중 리스크 없이 영입할 수 있는 자원이다. 198㎝로 센터치고 키가 작은 편이지만 팀플레이를 우선시하고 헌신적인 리바운드 가담으로 기여도가 높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게다가 언제든 경기에 뛸 수 있도록 철저한 몸 관리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윌리엄스는 올 시즌도 소방수로 KCC에 합류했다. KCC는 개막을 앞두고 체중이 불어난 상태로 나타난 타일러 데이비스를 내보내고 윌리엄스를 긴급 수혈했다. 16경기에 나와 16분여를 소화한 윌리엄스는 6.4점 4.6리바운드를 올리며 2옵션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의 활약은 1옵션 디온테 버튼이 경기력 기복을 보일 때 더욱 빛을 낸다. 지난 10일 SK전에선 40분간 21점 14리바운드를 올려 여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디펜딩 챔피언’ KCC는 부상자 속출에도 윌리엄스의 조용한 활약 덕분에 반등 기회를 이어가고 있다. 17일 현재 9승 9패(5위)로 5할 승률을 유지하며 호시탐탐 상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