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는 세계적인 성악가들을 모았다는 것과 함께 압도적인 규모에 중점을 뒀습니다.”
‘어게인 2024 투란도트’의 박현준 예술총감독이 17일 서울 코엑스 D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번 프로덕션을 이렇게 소개했다. 박 감독은 “21년 전 상암에서 올린 ‘투란도트’가 규모로 압도했는데, 이번 프로덕션 역시 압도적이다. 특히 무대에 황금의 성을 짓는다. 그 성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면서 “이런 무대에서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관객에게 음악을 전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는 22~31일 코엑스 D홀에서 공연하는 ‘어게인 2024 투란도트’는 제목에서 짐작하듯 2003년 경기장 오페라 붐을 일으킨 상암월드컵경기장의 ‘투란도트’ 공연을 주도했던 박 총감독이 다시 한번 제작에 나선 대형 오페라다. 가로 45m, 높이 17m의 대형 세트가 코엑스 D홀 특설무대에 설치되며,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활용해 다채로운 배경을 구현할 계획이다. 실내 오페라 공연 역사상 세계 최대 규모라는 게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박 감독은 “대중이 오페라에 대해 지루하고 고리타분하다고 느끼는데, 이건 작품의 완성도에 문제가 있어서다. 예를 들어 뮤지컬은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관객들이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데, 오페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K팝 등 인기 있는 K콘텐츠에 K오페라도 포함될 수 있다. ‘투란도트’같은 오페라를 계속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에 출발점이다”고 강조했다.
‘투란도트’는 올해 타계 100주년이었던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유작이다. 고대 중국을 배경으로 공주 투란도트와 칼라프 왕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3막 오페라다. ‘어게인 2024 투란도트’의 연출은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극장이 40년 만에 제작하는 ‘투란도트’의 새 프로덕션의 연출가 다비데 리버모어가 맡았다. 그리고 지휘는 파올로 카리야니,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쿠라가 번갈아가며 맡는다. 투란도트 역으로는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 마리아 굴레기나, 에바 플론카가 캐스팅됐으며 칼라프 역으로는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 브라이언 제이드, 알렉산드르 안토넨코, 줄리아나 그리고리안 등이 출연한다. 또 칼라프 왕자를 짝사랑하는 리우 역으로는 소프라노 줄리아나 그리고리안, 도나타 롬바르디, 다리아 마시에로, 박미혜가 이름을 올렸다.
이날 프레스콜에 참석한 테너 출신 지휘자 호세 쿠라는 오페라하우스가 아닌 컨벤션센터에서 지휘하는 것과 관련해 “전통적인 방식의 오페라라면 이번 공연 장소가 적응되지 않을 수 있지만, 매우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관객이 많이 보러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유시프 에이바조프는 “한국 무대는 이번에 네 번째다. 한국 관객의 반응이 열정적이었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비상계엄 사태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등 정국이 어수선한 탓에 ‘투란도트’의 마케팅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박 감독은 “탄핵 사태로 티켓 판매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목표의 100%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큰 어려움은 없는 수준”이라면서 “오히려 현재 어려운 상황이 출연진과 창작진에게 이번 공연을 국가 행사처럼 느껴 ‘잘해야겠다’는 의지를 북돋운다”고 답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