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유럽연합(EU)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시도를 “어리석고 무질서한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이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략적 선택을 정당화하는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글린 포드 전 EU 의원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윤 대통령의 쿠데타 실패는 김 위원장의 분석을 재확인해줬고, 그의 힘을 강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군사력은 북한의 10배를 넘을 수도 있지만, 계엄 과정에서 군 지도부의 훈련 부족, 불복종, 혼란을 드러냈다”며 여당의 소극적 대응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북한이 선전하는 ‘일심단결’은 한국의 무능과 대비돼 어느 때보다 강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포드 전 의원은 “지난 2주간 벌어진 한국의 정치적 소극(笑劇·관객을 웃기기 위해 만든 비속한 연극)은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미소 짓게 했다”며 “특히 김 위원장에게는 지난해 연설에서 밝힌 전략적 선택을 정당화하는 완벽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포드 전 의원이 언급한 ‘전략적 선택’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하고 통일 노선을 폐기한 결정을 의미한다.
포드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국제정치의 역학 관계를 습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있어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협상은 이득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윤 대통령의 실패한 권력 강화 시도는 중국·러시아·이란의 동맹에 합류하려는 김 위원장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라며 “북한·러시아·중국은 한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쿼드 플러스 합류가 지연·취소되고 정권이 교체되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