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EU의원 “尹 어리석은 쿠데타… 김정은에게 완벽한 선물”

입력 2024-12-17 15:21 수정 2024-12-17 15:23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유럽연합(EU)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시도를 “어리석고 무질서한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이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략적 선택을 정당화하는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글린 포드 전 EU 의원은 15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윤 대통령의 쿠데타 실패는 김 위원장의 분석을 재확인해줬고, 그의 힘을 강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군사력은 북한의 10배를 넘을 수도 있지만, 계엄 과정에서 군 지도부의 훈련 부족, 불복종, 혼란을 드러냈다”며 여당의 소극적 대응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북한이 선전하는 ‘일심단결’은 한국의 무능과 대비돼 어느 때보다 강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포드 전 의원은 “지난 2주간 벌어진 한국의 정치적 소극(笑劇·관객을 웃기기 위해 만든 비속한 연극)은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미소 짓게 했다”며 “특히 김 위원장에게는 지난해 연설에서 밝힌 전략적 선택을 정당화하는 완벽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포드 전 의원이 언급한 ‘전략적 선택’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하고 통일 노선을 폐기한 결정을 의미한다.

포드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국제정치의 역학 관계를 습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있어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협상은 이득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윤 대통령의 실패한 권력 강화 시도는 중국·러시아·이란의 동맹에 합류하려는 김 위원장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라며 “북한·러시아·중국은 한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쿼드 플러스 합류가 지연·취소되고 정권이 교체되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