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히 맞선다”던 尹…출석 요구, 탄핵 서류도 ‘안 받아’

입력 2024-12-17 14:45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맞서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가 보낸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서와 검·경이 보낸 출석 요구서를 모두 받지 않고 있어 헌재 절차와 수사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17일 브리핑에서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서를 전날 발송해 대통령에게 송달 중”이라며 “대통령실에서 확실한 접수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인편과 일일 특송 우편, 전자문서 시스템 등 3가지 방식으로 송달을 시도했다고 한다.

관련 규정에 따라 윤 대통령 측은 의결서를 송달받은 때로부터 7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의결서를 당일 수신했다면 오는 23일까지 답변서를 내야 하는데 송달이 미뤄지면서 답변서 제출 기한도 늦춰지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수사기관도 윤 대통령의 ‘무응답’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는 우편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러 나올 것을 통보하는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수취 거부’로 반송됐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본은 전날 특급 등기로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한남 관저에 보낸 출석요구서는 이날 오전 9시52분쯤 배달됐으나 반송됐고,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로 보낸 출석요구서는 현재 ‘미배달’ 상태다.

공조본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와 관저에 수사관을 보내 인편으로 출석요구서 전달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불발됐다. 공수처 검사 명의로 작성된 출석요구서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로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가 적시됐다.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하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검찰의 출석 요구에도 응답이 없는 상황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윤 대통령 측에 ‘오는 21일까지 소환조사를 받으라’는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앞서 지난 11일 1차 출석요구 공문을 보냈으나 윤 대통령 측에서 변호인단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응해 재차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2차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불응 사유를 분석한 뒤 재차 출석을 요구할지 체포영장 등 강제 신병확보가 필요할지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당한 불출석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신병 확보에 나설 수도 있다.

탄핵 심판과 검·경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는 앞서 윤 대통령이 밝힌 입장과 대조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다”며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