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숨, 건강한 꿈…지역아동센터, 석면 제거로 재탄생

입력 2024-12-17 13:04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관계자들이 11월 21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열린 아동복지시설 석면안전 선언 및 성과발표회에서 석면안전 선언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재구 기자

우리 사회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아동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성장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아동복지시설, 특히 지역아동센터는 노후된 건물과 환경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석면’이다. 전국 지역아동센터의 약 90% 이상이 2009년 석면 사용 금지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 있다. 석면은 흡입 시 폐암, 석면폐증, 중피종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위험성을 알리는 물질이다.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사단법인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복권위원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은 이러한 석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복권기금을 활용해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석면 제거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환경 정비를 넘어 아동의 건강권을 보장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안전한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복권기금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 석면.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에게 교육, 돌봄, 식사, 정서적 지원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2022년 기준 전국 4253개소의 센터에서 약 10만5210명의 아동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센터가 2009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 위치해 석면 노출 위험에 직면해 있어, 향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석면은 흡입 시 15~40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폐암, 석면폐증, 악성중피종 등의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다. 특히 성장기 아동은 성인보다 호흡량이 많고 면역 체계가 약해 석면의 위험에 더욱 취약하다.

2019년 기준 전국 지역아동센터의 약 90% 이상이 석면 사용이 금지된 2009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로 밝혀졌다. 또한 시설 대부분이 소규모로 법적 석면조사 의무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더했다.

2020~2022년 환경부가 실시한 전국적인 점검 결과 702개 시설 중 약 37%(259개소)에서 환경안전기준을 초과하는 석면이 검출됐다. 일부 시설에서는 기준치를 40배 이상 초과하는 사례도 발견됐으며, 이는 아동과 종사자들이 매일 장시간 동안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석면 제거 지원사업을 통한 변화의 시작.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저소득 아동·청소년의 안전강화를 위한 환경개선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지역아동센터의 석면 제거를 지원해 아동의 건강한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단순히 시설 개보수에 그치지 않고,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종합적인 환경 개선을 추진한 사업이었다.

먼저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는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석면 안전 진단을 실시해 석면 검출 가능성이 높은 시설을 선별했다. 이후 전문가들이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시설별 맞춤형 제거 계획을 수립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석면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250개 이상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석면 제거 및 시설 보강 작업을 완료하고, 공기질 개선을 위한 공기청정기 설치와 환기 시스템도 보강했다. 아동과 종사자들의 안전을 위한 환경 설비도 현대화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에 나섰다. 이를 통해 학교나 대형 건물과 달리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던 지역아동센터들이 안전한 환경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이 사업은 단기적인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건강 보호와 사회적 비용 절감을 목표로 했다. 석면 관련 질환은 발병 후 치료가 어렵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예방적 조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석면 제거 이후 지역아동센터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아동들은 “센터가 더 깨끗하고 숨쉬기가 편해졌다”며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했다. 석면에 대한 불안감에서 해소되면서 아동들이 보다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보고도 이어졌다.

지역아동센터 종사자와 학부모들 또한 안도감을 표했다. 아동센터 종사자들은 “이제야 정말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고, 학부모들은 “센터 환경이 개선되면서 아이를 안심하고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업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시설 개선을 통해 지역아동센터가 보다 신뢰받는 복지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며,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이끄는 계기가 됐다.

-복권기금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

이번 지역아동센터 석면 제거 지원사업은 복권기금이 우리 사회에 어떤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업을 통해 복권기금은 단순한 행운의 티켓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도구임을 증명했다.

이 사업을 통해 지역아동센터 내 아동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발전까지 도모했다는 평가다.

또한 저소득층 아동들이 주로 이용하는 지역아동센터의 환경 개선으로 사회적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고, 더 많은 아동이 공평한 생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

복권기금을 활용해 현재까지 많은 지역아동센터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환경 개선이 필요한 시설은 남아 있다. 특히 석면이 제거된 지역아동센터들도 시설의 공기질과 안전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보수도 진행돼야 한다.

아직 지원을 받지 못한 지역아동센터는 추가 사업을 추진해 더 많은 아동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석면의 위험성을 알리고 복권 구매가 사회적 가치 창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확대해야 한다.

복권기금은 단순한 행운의 티켓이 아닌,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을 위한 희망의 씨앗으로 자리잡았다. 지역아동센터 석면 제거 지원사업은 복권기금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모두가 구매하는 복권 한 장은 단순히 개인의 행운이 아닌,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고 있다.

-지난 3년간 석면 제거 지원사업 성과.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가 주최한 아동복지시설 석면안전 선언 및 성과발표회가 11월 21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지난 3년간 복권위원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진행된 ‘저소득 아동·청소년의 안전강화를 위한 환경개선 지원사업’의 사업 성과 및 참여기관의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성과발표회에서 그간 석면해체 및 보강공사를 통해 2022년 100개소, 2023년 76개소, 2024년 81개소 등 총 257개소의 아동복지시설이 안전한 환경으로 재탄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돌봄 공백 방지를 위해 공사 기간 동안에는 특별한 돌봄 프로그램을 지원해 아동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보완적인 환경을 마련했고, 환경 개선과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 사업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아동·청소년들에게도 석면의 위험성을 알리고 안전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미래’라는 주제의 자유 포스터 공모전을 진행해 이날 행사에서 시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남세도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이사장은 “지금까지 기업들과 민간 NGO들에서 지원하는 환경개보수 사업은 전·후차이가 확실한 도배, 장판 그 외 공간인테리어가 주로 진행되는 등 유해인자 및 안전 관리를 고려한 개보수공사에 대한 가이드라인 없이 진행돼 왔다”며 “제3차 석면관리 기본계획 등 점차적으로 소규모 아동복지시설의 안전 관리에 대한 법적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번 사업은 현장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년간 257개소의 아동복지시설이 이번 사업에 참여해 석면을 제거할 수 있었다. 아동·청소년의 안전을 우선시해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후원한 복권기금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에 함께 협력해 주신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 감사하다”며 “이번 사업이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발판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