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으로 의심되는 중국 사업가와의 친분이 드러난 영국의 앤드루 왕자가 올해 왕실의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앤드루 왕자는 찰스 3세 국왕의 친동생이다.
영국 BBC는 16일(현지시간) 왕실 소식통을 인용해 앤드루 왕자가 상드리엄에서 열리는 영국 왕실 전통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앤드루 왕자는 행사 참석으로 왕실 행사 대신 자신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앤드루 왕자가 크리스마스 당일 윈저 저택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앤드루 왕자는 ‘양텅보’로 알려진 중국 사업가와 가까이 지낸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앤드루 왕자는 양씨를 버킹엄 궁전에 2차례 초대하고 세인트 제임스 궁전, 윈저성 등의 행사에도 참석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윈저 부지 내에 있는 앤드루 왕자의 로열 로지 저택에서 열린 생일파티에도 양씨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는 앤드루 왕자 외에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등 영국 정치권 인사와의 관계를 구축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양씨의 사무실에서 캐머런 전 총리,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국내정보국(MI5)은 양씨가 간첩이라고 주장했다. ‘H6’로 알려진 양씨가 중국 공산당 당원으로 당내 중앙통일전선공작부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 내무부는 공공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양씨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에 양씨가 영국 정부를 상대로 입국 금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하면서 양씨와 앤드루 왕자의 관계가 공개됐다. 다만 양씨는 “아무런 잘못되거나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며 “나를 스파이라고 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앤드루 왕자는 2019년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된 성 추문 끝에 모든 왕실 업무에서 배제됐다. 왕실 소식통에 따르면 찰스 국왕은 앤드루 왕자와 양씨의 관계를 보고 받고 격노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