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열리는 미국과 유럽 골프 대항전 라이더컵에 출전하는 미국 선수들에게 20만달러(약 2억8780만원)의 출전 수당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더컵을 주관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는 라이더컵 미국 대표 선수한테 지급하는 출전 수당을 신설하고, 선수가 지정하는 곳에 기부하는 금액도 기존 20만달러에서 30만달러로 샹향 조정한다는 방안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17일(한국시간) 밝혔다.
라이더컵 사상 선수에게 출전 대가를 금전으로 보상하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프로골프협회는 출전을 대가로 돈을 달라고 요구한 선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이번 결정은 이사회에서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그동안 선수들의 금전적 요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 선수들은 라이더컵에 아무 대가도 없이 출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정은 미국 선수들의 요구를 미국프로골프협회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역 최고 선수들이 출전하는 라이더컵은 엄청난 대중적 인기에 편승해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미국프로골프협회는 그동안 라이더컵에 대표 선수로 참가하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는 최고의 명예라며 금전적 보상을 꺼렸다.
대신 1999년 대회 부터 선수들이 지정하는 기관에 20만달러씩 기부하는 방안으로 선수들을 불만을 달랬다. 그나마 이 금액도 작년까지 한 푼도 인상되지 않았다.
선수들의 불만은 작년 이탈리아 로마 대회 이후 더욱 높아졌다. 이른바 ‘모자 게이트’가 상징적 사건이다. 당시 대회에서 패트릭 캔틀레이(미국)가 모자를 쓰지 않고 대회에 나섰다. 캔틀레이는 이전부터 출전 대가를 지급하지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모자를 쓰지 않고 경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번 미국프로골프협회의 결정은 라이더컵의 또 다른 축인 유럽 선수들에게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선수들은 미국 선수들과 달리 라이더컵 출전 대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 대회 때 ‘모자 게이트’가 불거졌을 때도 유럽팀을 응원하는 팬들마저도 “미국 선수들은 돈만 밝힌다”는 비난한 바 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최근 BBC와 인터뷰에서 “나는 라이더컵에 출전하려면 돈을 내라고 해도 낼 의향이 있다”면서 “골프에서 가장 순수한 대회는 돈이 개입되지 않은 라이더컵과 올림픽이다”고 일갈했다.
2년마다 열리는 다음 라이더컵은 내년 9월 27일부터 사흘간 미국 뉴욕주 베스페이지 주립공원 블랙 코스에 열린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