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입업계 환율 급등에 ‘한숨’… “대책 마련 시급”

입력 2024-12-17 10:38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를 돌파하며 부산 지역 수입업계의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17일 지역 내 수입 비중이 큰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모니터링을 한 결과 대부분의 기업이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철강, 식품, 가스 등 원자재를 수입해 내수 중심으로 운영하는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유통업체 A사는 “수입 물량의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데, 환율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다”며 “수입 대금의 절반은 환 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 회피)를 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무방비 상태라 피해가 크다”고 토로했다.

가스 유통업체 B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업체는 에어컨 냉매 가스를 수입해 국내 기업에 납품하지만, 환율 급등으로 원가가 크게 상승해 이익률이 급감했다. B사 관계자는 “장기 계약 구조상 원가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 답답한 상황”이라며 “환율이 조속히 안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식품 유통업체 D사는 소비자 부담과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수입 단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고, 이는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환율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지만, 중소기업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와 원청과의 계약 구조 등으로 즉각적인 가격 인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철강 제조업체 C사 관계자는 “중장기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기업 수익성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지역 수입업체는 자체적으로 환율 리스크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기업은 선물환 거래 등으로 피해를 줄이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워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부산상의 조사연구팀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정세 급변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외환 당국이 나서서 환율 안정을 위한 조치를 조속히 마련하고, 피해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상공회의소는 앞으로도 지역 기업들의 피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