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6일(현지시간) 북한의 러시아 군사 파병 및 탄도미사일 (ICBM) 개발과 관련된 군 고위급 인사와 기관 등을 제재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의 군사 및 재정 조달에 관련된 개인 9명과 단체 7곳을 제재했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는 우선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과 리창호 정찰총국장이 포함됐다. OFAC는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 군인 수천 명과 함께 러시아로 간 북한 장성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주창일 선전선동부장, 노광철 국방상, 김금철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총장, 임송진 김일성대학 물리학 교수도 포함됐다. 박정천 부위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군사 분야 측근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6월 평양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확대 정상회담에도 배석했다.
재무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기관에는 조선만달신용은행(KMCB), 황금삼각주은행(GTB)이 포함됐다. 만달신용은행은 평양에 본사를 둔 금융 기관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지원하는 단체들의 물자 조달을 맡았다. 황금삼각주 은행은 북한 나선 경제특구에 있는 금융기관으로 외국인이 외화를 북한 현지 통화로 환전할 때 이용하는 은행이다.
또 러시아산 원유 불법 수입과 관련해서는 러시아 소재 무역회사 4곳과 북한의 조선옥류무역회사가 제재 명단에 올랐다.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면 모든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으로의 여행이나 미국인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브래들리 스미스 재무부 테러·금융 정보 차관 대행은 “가장 최근의 ICBM 시험과 러시아 군사 지원 강화를 포함한 김정은 정권의 계속되는 도발은 지역의 안정을 저해하고, 푸틴의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침략을 유지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도 이와 별도로 북한의 ICBM 개발과 관련해 제재 대상 3개를 추가로 지정했다. 매슈 밀러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한의 지난 10월 ICBM 발사 등 도발을 거론하며 “이런 실험은 북한의 더 적대적인 글로벌 군사 태세를 반영하며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키고 역내 평화와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제2자연과학원 산하 외사국(SANS FAB) 등이 포함됐다. 제2자연과학원은 북한의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각종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곳이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여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참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수치를 알려줄 수는 없지만, 분명히 우리가 모니터링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북한군의 교전과 사상자 발생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놀랍지는 않지만 이제 북한 군인들이 전장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숫자는 없지만 우리는 북한군이 전사자와 부상자 등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규모에 대해 “수십 명”에 달한다며 “대수롭지 않은 피해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