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소프트뱅크1000억 달러 투자” 발표…김정은도 거론

입력 2024-12-17 07:00 수정 2024-12-17 1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으로부터 향후 4년간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았다고 발표했다. 투자 유치를 발표하는 자리였지만 질의 응답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기자회견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됐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전 등 외교 현안에 대해 자신의 구상도 드러냈는데, 한국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트럼프는 이날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손 회장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소프트뱅크는 1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최소 10만 개의 미국인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면서 “그(손 회장)는 대선 이후 미국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 회장은 투자 배경을 설명하며 “미국 경제에 대한 내 신뢰 수준은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로 엄청나게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는 트럼프 당선인이 세계에 평화를 다시 가져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기자회견 도중 농담을 하듯 “(투자액을) 2000억 달러로 늘릴 수 있냐”고 묻자, 손 회장은 크게 웃으며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좋다. 2000억 달러다”라며 손 회장의 어깨를 두드렸고, 손 회장은 웃으며 “그는 훌륭한 협상가”라고 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상무장관 지명자인 하워드 러트닉도 참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투자 약속은 경제 활성화를 대선 캠페인의 핵심으로 삼고 다음 달 취임과 동시에 신속하게 의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트럼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회장은 트럼프가 승리한 2016년 대선 당시에도 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손 회장에 대해 “산업계의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이라고 극찬했다. 소프트뱅크는 당시 중동에서 확보한 투자 자금으로 만든 ‘소프트뱅크 뱅크 비전 펀드’를 통해 미국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다만 소프트뱅크는 공유오피스 스타트업인 ‘위워크(WeWork)’에 투자했다 이 회사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트럼프 당선 이후 첫 공개 회견으로 1시간 넘게 진행됐다. 특히 외교 최대 현안인 우크라이나전을 언급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재차 거론했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승인한 것을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까지 200마일(약 320㎞) 떨어진 곳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나쁜 일이고, 북한의 군인을 불러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어 김정은에 대해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내가 잘 지내는 또 다른 사람”이라고 강조한 뒤 “내가 정권을 인수하기 몇 주 전에 그렇게(미사일 사용 승인)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매우 큰 실수”라며 덧붙였다. 다만 실제로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지난 10월 먼저 있었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의 본토 타격을 허용했다.

트럼프는 협상을 통한 전쟁 휴전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끔찍한 대학살”이라며 “우리는 푸틴(러시아)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관세 정책과 관련해 “그들(다른 나라)이 우리에게 세금(관세)을 매기면, 우리도 같은 금액을 과세할 것”이라며 “거의 모든 경우 그들은 우리에게 세금을 매기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와 관련된 협상을 검토 중인지를 묻는 말에 “우리는 위대한 협상을 할 것이다. 우리가 모든 카드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세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질문에도 “관세는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외교 현안과 관련해 푸틴과 젤렌스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당선 직후 통화를 나눈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의 탄핵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한국 패싱’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는 또 정부 개혁과 관련해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연간 6조 8000억 달러의 연방 예산 중 2조 달러를 절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방 공무원들의 재택근무를 비판하며 “일터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들은 해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부정적 보도를 한 언론에 대한 소송도 예고했다. 특히 대선 직전 공화당 우세주인 아이오와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앞서고 있다고 보도한 디모인레지스터를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