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에서 1~3월은 201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비수기로 통했다. 공적 지원금이 배분되지 않는 시기여서 예술단체들이 공연을 잘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의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이하 창작산실)이 자리를 잡으면서 장르마다 주목할만한 신작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 축제 시즌으로 여겨지게 됐다.
창작산실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공연예술 분야의 단계별 지원을 통해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대표적 지원사업이다. 원래 2008년 한국문예회관연합회가 연극과 뮤지컬 분야에서 ‘창작팩토리’란 사업으로 시작했다. 이후 여러 장르가 차례로 추가됐고, 주관처 역시 장르마다 달랐다.
그러다가 2013년 창작팩토리에서 사업명칭을 바꾼 창작산실은 이듬해 사업 주관처가 예술위로 모두 통합되며 큰 전환점을 맞았다. 예술위는 창작산실에 대한 지원 및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장르를 조정하고 개최 시기, 지원 형태 등에 변화를 줬다. 이에 따라 창작산실은 1~3월에 연극, 창작뮤지컬, 무용, 음악, 창작오페라 전통예술 등 6개 장르에서 열리는 것으로 정착된 상태다. 16회였던 지난해까지 301편의 신작을 배출했다.
17회째인 ‘2024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은 동시대성과 다양성, 수월성, 실험성을 기준으로 6개 장르에서 31편(표)이 선정됐다. 연극 7편, 창작뮤지컬 7편, 무용 7편, 음악 2편, 창작오페라 3편, 전통예술 5편이 내년 1월 3일부터 3월 3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과 아르코예술극장 등의 무대에 오른다.
정병국 예술위 위원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창작산실은 믿고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켜켜이 쌓여 17년간 300편이 넘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 작품들이 한국 문화예술의 기반을 다지면서 문화강국의 기초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2024 창작산실 홍보대사에는 엠넷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 우승자인 무용수 최호종(30)이 선정됐다. 최호종은 이날 “창작산실은 창작자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개인적으로는 2020 창작산실 무용 부문 휴먼스탕스의 ‘돌’에 무용수로 참여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면서 “나를 비롯해 예술가들에게 의미가 큰 창작산실의 홍보대사를 맡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 순수예술과 관객을 연결하는 메신저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호종은 다소 늦은 나이인 고등학교 3학년 때 한국무용으로 진로를 정했지만 뛰어난 신체조건과 치열한 노력으로 세종대 재학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2014~2016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3년 연속 수상한 그는 2016년 국립무용단에 최연소 입단했다. 이후 국립무용단에서 8년간 ‘더 룸’ ‘호동’ ‘사자의 서’ 등 다양한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새로운 활동을 위해 국립무용단을 퇴단했다가 마침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한 그는 방영 내내 주목받으며 한국무용의 매력을 알리는 동시에 K-무용 신드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안무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2021년 안무가 배진호와 함께 파격과 실험을 추구하는 무용단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ubverted Anatomical Landscape, 약칭 SAL)을 결성해 자신의 작업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창작은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지만 그 과정에서 고통을 잊고 몰입하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며 “내년에는 직접 안무한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