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 등에서 탄핵 집회에 참가하는 이들을 위해 집회 장소 인근 카페나 식당에 미리 주문을 넣어두는 ‘선결제’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몇몇 매장에서는 선결제 손님을 불친절하게 응대하거나, 배달 주문을 먼저 처리하는 등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는 후기가 올라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불친절한 매장으로 지목된 가게 이름을 공유하고 불매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친절함과 인간의 선의를 믿자”라며 친절하게 손님을 맞은 매장이나 선결제 수량이 모두 소진된 후에도 찾아오는 이들에게 자비로 음료나 음식을 제공한 매장을 널리 알리려는 움직임도 나왔다.
무한 대기·주문 거절…선결제 매장 ‘불친절’ 주장 이어져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던 지난 14일 집회 당시 선결제 매장에서 불편한 경험을 했다는 이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14일) 집회 가기 전 김밥이나 먹고 갈까 해서 선결제 완료된 매장에 갔는데, 선결제 주문건이 중간 중간 배달 주문 때문에 계속 밀렸다”라며 “선결제 손님이 거의 50명가량 기다리고 있는데 배달 주문은 잠깐 중지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기다리다 집회 끝날 때까지 못 먹겠다 싶어서 중간에 결국 탈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결제된 다른 쿠키 매장에 방문해서도 주문을 거절당했다며 “사장님도 바쁘신 건 알겠지만, 선결제도 고객이 주문한 건데 무료 배식해 주는 것마냥 굴지 않았으면 좋겠더라”라고 털어놨다.
엑스(X·옛 트위터)에서도 불친절한 “알바생들에게 선결제 주문 건 만들지 말고 일반 결제 주문부터 받으라고 화내는 매장이 있었다” “상품이 남아 있길래 줄을 섰더니 ‘다 나가서 만드는 중이라 없다’는 말을 들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선결제가 걸려있음에도 문을 닫은 매장도 있었다” 등의 주장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선의는 긍정적 영향”…착한 매장 명단도 공개
논란이 지속되자 실시간으로 선결제 매장의 현황을 알려주는 지도 ‘시위도 밥먹고’를 개발한 운영자는 이날 오전 엑스를 통해 “분명 좋은 취지로 시작했으나, 일부 매장의 부당한 대처로 인해 (선결제 매장의) 지속성에 대한 회의적인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운영자는 “시간대에 따라, 알바생의 컨디션에 따라, 상황에 따라 발생한 ‘좋지 못한 경험’을 가진 소수의 불호평을 족족 게시해 가게와 인근 상권에 피해를 끼칠 수도 있기에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의 선의는 침체하였던 주변 상권을 살리고 많은 이들의 추위를 사그라들게 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라고 독려했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응대했던 매장과 소진된 후에도 자체적으로 (물품을) 추가 제공했던 매장, 혹은 사장님이 직접 선결제에 동참하셨던 매장의 리스트를 공개한다”라며 “일부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생긴 오갈 데 없는 분노 속에서 조금이나마 따스함을 느끼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운영자는 엑스 계정에 서울, 대구, 광주, 부산 등에서 선의를 베풀었던 ‘착한 매장’ 50여곳의 이름을 게시했다. 또한 명단에 미처 표시되지 않은 매장의 제보 역시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명단이 게시된 뒤 누리꾼들은 본인이 직접 경험했던 ‘착한 매장’의 후기를 공유하며 “선의를 지나치지 않고 기억하는 게 더 의미 있다” “이 가게들은 기억했다 나중에 꼭 한번 더 가겠다” “친절했던 매장도 모아서 지도에 표시하면 좋겠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한편 ‘시위도 밥먹고’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해당 웹사이트에는 총 181개 매장에 478건의 선결제가 등록됐고, 4만5501개의 물품이 판매됐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