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 내국인 노동 인력 유입이 줄면서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이 외국인 근로자와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과 인공지능(AI)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16일 건설근로자공제회의 ‘2024년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장 기능인력 기준 내국인은 66.3%, 중국 동포 16.5%, 중국인을 포함한 기타 외국인은 17.2%로 집계됐다. 건설 근로자 퇴직공제 피공제자 분포로 보면 9월 기준 전체 68만8844명 중 외국인은 11만3371명으로 전체의 16.5%를 차지했다. 특히 서울(30.4%), 경기(23.4%), 인천(16.8%) 등 수도권의 외국인 건설인력 비중이 크다.
또 건설업에 진입하는 내국인 인력은 꾸준히 감소하고, 고령화까지 진행돼 외국인력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대한건설정책연구원 공동 주최로 열린 ‘건설시장 및 건설산업 정책 진단 세미나’ 자료를 보면, 건설산업 진입 연령은 2024년 평균 39.4세로 2년 전(37.0세)보다 높아졌다.
정부는 건설 인력 수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비숙련 외국 인력의 동일 사업주 내 현장 간 이동 범위를 넓히고, 내국인들이 꺼리는 공사종류에는 E-7-3(일반기능인력) 비자 도입을 검토하면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외국인 현장 근로자들을 위한 실시간 AI 번역 프로그램을 속속 개발, 도입하고 있다.
GS건설은 생성형 AI 기반 ‘Xi Voice(자이 보이스)’를 개발해 활용 중이다. 담당자가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면 음성을 인식해 중국어 또는 베트남어 등 120여개의 언어로 동시에 텍스트로 표현할 수 있으며, 건설 전문 용어도 정확하게 번역되는 것이 특징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다국어 더빙·번역 교재와 전문 통역사를 활용한 안전 교육을 도입했다. 각 현장에는 명예 통역관을 지정해 동시통역을 제공한다.
현대건설은 건설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 5개 국어로 작업 및 안전 회화 500여 문장을 지원하는 외국어 전용 앱 ‘모바일 HPMS’를 도입했다.
대우건설은 베트남어, 카자흐스탄어, 우즈베키스탄어 등 다양한 언어로 안전보건 교육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현장에 배포 중이다. 자사 캐릭터인 ‘정대우 과장’을 등장시켜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DL이앤씨는 업무 소통 플랫폼인 ‘어깨동무M’에 생성형 AI인 챗GPT에 기반한 자동번역 시스템을 추가로 적용했다. 어깨동무M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개발했다. 챗봇으로 출입 확인과 안전 공지, 업무 알림 등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