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식사 등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던 정부 부처들의 기류가 일부 달라졌다. 여전히 현 상황이 조심스럽지만 출입기자단 송년회 등 일부 일정은 규모를 줄여 진행하는 모습이다. ‘공무원 상대 장사’를 하는 세종 상권이 타격받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자는 분위기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직원과 출입기자 20여명은 지난 12일 세종시 한 삼겹살집에서 조용한 저녁 자리를 가졌다. 대부분 정부 부처는 연말이면 장관, 국·실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와 출입기자가 모여 송년회를 한다. 12일 해수부 저녁 자리는 대부분 간부가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약속을 아예 취소하면 식당 매출에 지장이 클 듯해 간단히 저녁을 먹는 정도로 자리를 가졌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다. 80여명 규모의 출입기자단 송년회를 준비해온 공정위는 이를 취소하는 대신 인원을 대폭 줄여 진행하기로 했다. 또 다른 경제 부처 관계자는 최근 부서 직원들과 조촐하게 송년 모임을 했다. 이 관계자는 “자주 가던 식당이어서 이런 상황에 예약을 취소하는 게 미안했다”며 “4명이 밥만 먹고 헤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 이후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소상공인들의 호소는 세종시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세종청사 근처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52)는 “계엄 사태 이후 4~6명의 소규모 예약 문의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처 장관들이 계엄 사태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공무원들이 모임을 부담스러워하지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엔 이를 마냥 꺼리지는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는 “처음에는 약속을 취소하는 직원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적당한 선에서 조용히 모였다 파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