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자영업자 절반 “탄핵 정국, 향후가 더 걱정…망했다 생각”

입력 2024-12-16 16:40
국민일보 DB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살리기 위해 관련 부처와 공공기관이 팔을 걷어붙였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6일 중기부 본부 간부와 지방중소기업청장을 전원 소집해 확대 간부 회의를 개최했다. 통상 확대 간부 회의는 월말에 열리지만, 상황의 급박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이날 세종시 중기부 중기마루에서 ‘민생경제 상황 점검·대응 확대 간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앞서 중기부는 비상계엄 발생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긴급간부회의를 시작으로, 그간 4차례 이상 비상간부회의를 수시로 소집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세종시 중기부 중기마루에서 확대 간부 회의를 개최하고 발언하고 있다. 중기부 제공

오 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장 최일선에 있는 지방청이 중심이 되어 지역상인회 등 협·단체와 긴밀히 소통해 소상공인 애로를 수렴하고, 수출지원기관과 긴밀히 협력하여 중소·벤처기업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지방중기청은 소상공인연합회, 서울상인연합회 등 단체와 주 1회 이상 간담회를 실시해 현장 애로를 파악하고 있다. 경기지방중기청은 도내 중소기업 대상으로 환율급등 애로를 신고·접수 중이며, 글로벌 공급망과 환율대응 설명회를 개최했다.

중기중앙회도 외식업자 248명, 숙박업자 257명 총 5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탄핵 정국으로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46.9%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외식업자 52.4%, 숙박업자 41.6%였다.

중기중앙회 실태조사 결과. 중기중앙회 제공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세종자치시에서 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계엄령이 있었던) 3일 이후로 예약 취소가 3건이 있었다”며 “8명 정도 인원이 예약하면 실제 오는 인원은 2~3명 정도로 줄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A씨는 “시의 특성상 공무원이 많은데 공무원의 소비 자체가 정지된 느낌”이라고도 했다.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비상계엄 했던 주간(3~8일)에는 ‘망했다’ 할 정도로 매출이 나오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며 힘든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숙박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속초에서 숙박업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비상계엄 이후로 예약도 없고 문의 전화조차 없다”며 “기존의 예약 3건도 취소됐다. 숙박률이 0%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토로했다.

전북 무주 스키장 인근에서 12년째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D씨는 “12월 8부터 스키장이 개장되는데 보통 개장 전에 시즌권이 마감된다. 그런데 계엄 사태 이후로 시즌권이 다 안 팔린 사태”라며 “사태 이후로 취소된 예약 건만 40건이 넘는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향후 소비시장이 더 얼어붙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향후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6.6%였다.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주된 이유로는 ‘정국 불안정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었다.

얼마나 이런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일지 예측하느냐는 질문에는 ‘1~2년 지속’이 40.4%로 가장 많았다. ‘6개월 이내’로 꼽은 응답도 30.1%를 차지했다. 외식업과 숙박업 종사자 모두 ‘1~2년 지속’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