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는 없다”말한 목사, 학부모에 ‘사과’…성탄의 본질 되찾아야 할 때

입력 2024-12-16 16:00

전 세계의 축제인 크리스마스가 3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러분은 몇 살 때까지 산타의 존재를 믿으셨나요? 어릴 적 크리스마스 아침, 선물 상자를 열며 산타의 마법을 느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신가요?

최근 영국 더 선(The Sun)은 햄프셔주 리온더솔런트 초등학교 종교수업에서 한 교육 목사가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전한 뒤 “산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성세인트 페이스 교회에서 사역 중인 폴 체임벌린 목사는 지난 14일 성탄절을 맞아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끝에 “크리스마스는 산타가 선물을 주는 날이 아니며 산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산타가 없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아이들은 눈물을 흘렸고 부모들은 폴 목사에게 항의했습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에게서 잃어버린 마법을 어떻게 되찾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이들이 다시 산타의 존재를 믿게 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폴 목사는 “자신의 발언이 경솔했으며 판단 실수였다”며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의 신앙인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축제의 중심이 예수님에서 산타로 옮겨진 현실을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비단 영국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크리스마스는 본래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며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거룩한 날이지만, 오늘날 산타클로스가 상업주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크리스마스를 소비와 마케팅 중심의 축제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입니다.

백화점에서 선물을 사고파는 행위와 화려한 광고 속 산타의 이미지는 성탄절의 본질을 흐리게 하며 주인공인 예수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점점 상업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면서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와 가치는 잊혀지고 있습니다.

교회 성탄 행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산타 복장을 한 교인들과 목회자들까지 동참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향한 사랑의 손길은 귀하지만, 산타를 앞세운 선물 나눔은 성탄절의 본질인 예수님의 사랑을 가리고 그 의미를 흐리게 합니다.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진정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를 지키고자 한다면 세상과는 구별된 성탄절을 맞이하며 보내야 할 것입니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은 “요즘 시대에는 성탄절이 교회에서 먼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백화점에서 먼저 느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과거에는 신앙 여부와 상관없이 성탄절에 한 번쯤 교회를 찾거나, 선물을 주고받으며 성탄절의 의미를 기억했지만, 이제는 그런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은 성탄절을 단순히 소비하거나 유흥의 시간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런 문화를 변화시키고 저항할 수 있는 역할은 결국 교회가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 원장은 “가족 안에서 성탄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잘 지켜나가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교회에서 대림절과 성탄절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성탄절이 되면 이웃을 돕고 어려운 이를 돌보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먼저 그리스도인 가정 안에서부터 선물로 오신 예수님을 삶 속에서 나누는 실천이 이루어져야 하며 우리 가정에서부터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산타클로스는 3세기경 오늘날 튀르키예에 해당하는 소아시아 리키아 지역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지역의 파타라에서 태어난 성 니콜라스(270년 3월 15일 ~ 343년 12월 6일)는 돈 많은 부모를 일찍 여읜 후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으로 타인에게 선행을 베풀어 가톨릭 교회에서 성인으로 추앙받은 인물입니다.

라틴어로 니콜라스를 뜻하는 ‘상투스 니콜라우스(Sanctus Nicolaus)’는 네덜란드어로 ‘산테클라스(Sinterklaas)’라 불렸습니다. 이 발음이 영국식으로 변형되면서 오늘날의 ‘산타클로스(Santa Claus)’ 자리 잡게 됐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그를 존경하던 사람들이 니콜라스의 이름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선물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니콜라스의 선행과 명성은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에 널리 퍼졌습니다. 이후 19세기에 크리스마스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산타클로스는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상징적인 존재로 부각됐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빨간 옷에 흰 수염을 가진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는 1931년, 미국 화가 헤든 선드블롬이 코카콜라 광고를 위해 처음 그려낸 것입니다. 루돌프가 이끄는 썰매에 선물을 가득 싣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린이들의 집을 찾는 산타클로스는 이제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신앙인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어려운 이웃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했던 니콜라오 성인의 정신이 아닐까요?

“누가 이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형제의 궁핍함을 보고도 도와줄 마음을 닫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찌 그 속에 거하겠느냐?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요일 3:17~18)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