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프리퀀시 굿즈 완성품 판매합니다. 플래너·램프 중 선택, 개당 6만원”
올해 연말에도 어김없이 스타벅스 굿즈 중고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이번 증정품은 플래너 3종, 캘린더 1종, 포터블 램프 4종이다.
특히 디자인 조명 전문 브랜드 보나키아와 협업한 ‘스타벅스 포터블 램프’ 4종은 뜨거운 인기에 사실상 예약 불가 상태다. 이에 스타벅스는 16일부터 포터블 램프에 한해 사전 예약 없이 당일 예약 수령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대학생 박모(24)씨는 “콘서트 티켓팅하듯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7시 땡하고 들어가도 없다. 서울에 있는 구 하나하나 다 찍어봤는데도 다 품절”이라며 “정작 프리퀀시 모은 사람들은 못 사고 리셀러들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날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포터블 램프와 플래너 등 올라온 관련 중고 거래 글만 몇백 개에 이르렀다. 굿즈뿐 아니라 굿즈를 사기 위해 모아야 하는 쿠폰 개념의 e-프리퀀시를 구매하겠다는 거래글도 적지 않다.
굿즈를 받기 위해서는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의 음료를 구매해야 한다. 기본 음료를 마시면 받는 하양이는 보통 1000원대, 미션 음료를 마셔야 받는 빨강이는 2000원대에 거래되는 중이다. 프리퀀시 17개 완성본은 플랫폼에 따라 2~3만원 사이 다양하게 가격이 형성됐다.
이렇듯 사재기와 되팔이를 부르는 이벤트에는 ‘마케팅 대성공’이라는 평가만큼이나 ‘주객전도’ 내지는 ‘상술’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있었다. 대표적으로 SPC삼립의 포켓몬빵은 원하는 스티커(띠부실)가 나올 때까지 빵을 구매하고 버리는 사례가 생기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당시 온라인상에서는 캐릭터별 스티커 시세표까지 돌았다. 가장 희귀한 스티커는 5만원에 책정됐다.
2021년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데이’ 대란 당시에는 리유저블 컵을 받기 위한 대기 인원이 한때 7000명을 넘어서 직원들이 트럭 시위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친환경 취지와 맞지 않는 과도한 플라스틱컵 양산에 ‘그린 워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올해 여름 공차에서도 인기 게임 ‘파이널 판타지 14’ 키링을 사기 위해 음료를 대량 구매 후 버리는 행위가 발생해 다수 소비자와 직원들이 불만을 호소했다.
반복되는 논란에 사전 방지 대책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여름 영국 프리미엄 브랜드 헌터(HUNTER)와 협업한 스타벅스 프리퀀시 이벤트 당시, 스타벅스는 1개 계정당 첫 예약 포함 7일간 최대 5개까지만 증정품을 받을 수 있도록 제한했다. 최대한 많은 소비자에게 증정품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편 굿즈가 강력한 유인책이 되는만큼 업계는 메뉴 개발만큼이나 굿즈 마케팅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7월 스누피 콜라보에 이어 이번 연말 스노우볼과 텀블러 등 시즌 굿즈를 출시했다. SPC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은 키링에 이어 두 번째 윈터 굿즈 ‘와사비베어 파우치 3종’을 출시했다고 최근 밝혔다. 전 세계적인 팬층을 확보한 오징어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협업 굿즈 역시 식품·유통업계서 속속 나오는 중이다.
다만 새로운 굿즈 생산이 과소비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비교적 여유가 있는 일부 대기업에 국한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급격히 커지며 오프라인에서 매장 환경을 이용하는 일이 예전만 못한만큼 굿즈를 통해 이슈몰이를 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며 “다만 몸집이 크고 매니아층이 두터운 대기업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돼 관심이 양분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