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계엄’ 모의? “육본 장교들 4일 새벽 버스 타고 용산행”

입력 2024-12-16 15:26 수정 2024-12-16 15:56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지난 3일 밤 계엄령 선포 후 국회의사당에 진입한 계엄군의 작전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영상. 계엄군이 국회 2층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국회사무처 제공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뒤인 4일 새벽 3시쯤, 계룡대 육군본부 소속 장교 수십여명이 용산행 버스에 탑승한 사실이 드러났다. 버스 탑승자 명단을 입수한 더불어민주당은 탑승자들을 계엄사령부 참모진으로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에도 불구하고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2차 계엄’을 모의한 정황이라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4일 육군본부 소속 장성급·위관급 장교 34명이 용산행 버스에 탄 사실이 확인됐다”며 “2017년 기무사 계엄문건 상 계엄사령부 편성표가 90% 일치한 것으로 보아 계엄사령부 참모진인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뒤인 지난 4일 새벽 3시쯤 육군본부를 출발해 용산으로 향하던 버스에 탑승한 장교 34명의 명단. 부승찬 의원실 제공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육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일 새벽 합동참모본부 내 계엄상황실로 출발한 버스 탑승자는 총 34명이다. 탑승자는 육군본부 핵심직책을 맡고 있는 장성급 장교 14명, 영관급 장교 20명으로 구성됐다. 탑승자들은 지난 2017년 기무사령부가 만든 계엄사령부 편성표에 포함된 육군 본부 직책과 대부분 일치한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 최현규 기자

다만 4일 새벽 3시쯤 육본을 출발한 버스는 약 30분 만에 다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부 의원은 지난 10일 열린 국회 국방위 긴급 현안질의에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새벽 3시에 육군 본부에 있는 부장들을 버스로 올라오라고 지시했느냐”고 물었고 박 총장은 “예 했다”고 답했다. 이어 부 의원은 “그리고 30분 만에 복귀했느냐”고 묻자 박 총장은 “예”라고 답했다.

버스가 용산으로 출발한 시간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에도 불구하고 새벽 3시 무렵까지도 ‘2차 계엄’을 모의한 것으로 민주당은 의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4시 27분쯤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부 의원은 “계엄사령부 핵심참모진인 이들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았는지, 어떤 경위로 버스에 탑승했는지 등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