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10명 중 5명이 단체 예약 취소 등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경영 사정을 묻는 질문엔 응답자의 약 84%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외식업과 숙박업 종사자 505명을 대상으로 최근 불안정한 국내 경제 상황과 관련해 피해 현황을 파악하는 긴급실태 조사를 진행, 16일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피해 사례로 외식업 종사자들은 송년회 등 연말 단체 회식 취소를, 숙박업 종사자들은 여행객의 투숙 취소 및 안전 여부 문의 등을 들었다.
중기중앙회가 조사한 사례에 따르면 세종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12월 3일 이후로 3건의 예약 취소가 있었고, 8명 정도 예약을 하면 실제로 오는 인원은 2~3명 정도로 줄어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공무원의 소비 자체가 정지된 느낌이다. 세종 매장은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강원 속초에서 숙박업을 하는 B씨 역시 “12·3 비상계엄 이후로 예약 자체가 없고 문의도 없다. 기존에 예약 3건도 취소됐다”라며 “사태 이후로 사람들의 이동 자체가 없어서 현재 예약 및 숙박률이 0%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라고 호소했다.
응답자 10명 중 4명은 향후 1~2년 동안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묻자 40.4%는 ‘1~2년간 지속’이라고 답했고, ‘6개월 이내’라는 응답이 30.1%, ‘2년 이상 장기화’가 17.8%, ‘올해까지만 지속’이 6.1%로 뒤를 이었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체 응답자의 60.4%는 ‘원가 절감과 구조 조정 등 비용 절감’을 개선 방안으로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모션 진행 등 홍보 강화’(11.3%), ‘경영자금 조달처 확대’(8.7%), ‘사업 다변화 모색’(3.2%) 등의 응답이 그 뒤를 이었으나 ‘개선할 노력이 없다’는 응답도 전체의 16.4%에 달했다.
한편 전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10명 중 8명은 지난해보다 올해 경영 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올해 경영 사정이 지난해에 비해 원활하다고 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올해 경영 사정이 어려워진 이유(복수응답)로는 ’매출액 감소’가 74.6%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원재료비 상승’(41.0%), ‘인건비 상승’(40.8%), ‘고금리’(34.8%) 등이 언급됐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연말 특수를 고대하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기대감까지 무너진 상황”이라며 “국회와 정부, 중소기업계가 머리를 맞대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