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져도 차가운 음료를 선호하는 이른바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음료)’ 족들이 여전하다. 한 커피 브랜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매장에서 겨울철(11월~2월) 평균 아이스 음료 판매 비율이 전체의 6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파가 절정에 달하는 1월에도 절반 이상의 소비자가 차가운 음료를 선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현상은 ‘얼죽아’가 하나의 겨울철 음료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겨울철 아이스 음료를 즐기면서 간과해서는 안 될 습관이 있다. 바로 얼음을 강박적으로 섭취하는 빙섭취증(pagophagia)이다. 특히 강도가 높은 얼음을 턱에 힘을 주고 씹게 되면 턱관절에 강한 압력이 가해져 해당 부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추운 날씨 속 경직된 턱근육(교근, 측두근 등)에 얼음을 씹는 압력이 더해지면 턱관절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턱관절 장애는 턱을 둘러싼 근육·뼈·관절의 배열이 틀어지거나 손상되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입을 잘 벌리지 못하거나 입을 벌릴 때마다 턱관절에서 소리가 난다. 심할 경우 턱뼈와 이어진 얼굴과 목 근육의 긴장으로 두통과 목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더불어 안면 비대칭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침·약침, 추나요법 등 한의통합 치료로 턱관절 장애를 호전시킨다. 특히 한약재 유효 성분을 경혈에 주입해 침과 한약 효과를 동시에 얻는 약침 치료는 해당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효과적이다. 턱관절 장애에 대한 약침 치료 효과는 SCI(E)급 국제 학술지 ‘통합의학 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에 게재한 연구 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연구팀은 중등도 이상의 턱관절 통증을 호소한 환자 82명을 약침 치료군과 물리 치료군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환자들은 무작위 배정돼 5주간 주 2회씩 약침 치료와 물리 치료를 받았다.
연구 결과, 치료를 시작하기 전 약침 치료군과 물리 치료군의 평균 통증숫자평가척도(NRS, 0~10점)는 각각 5.9와 5.8, 시각통증척도(VAS, 0~100점)는 59.2와 58.9로 비슷했으나, 치료 6주만에 약침 치료군의 NRS는 2.94, VAS는 30.83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물리 치료군의 점수는 각각 4.25, 44.42로 줄어드는데 그쳤다.
빙섭취증은 단순 습관이 아니라 철분 부족과 빈혈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날 확률이 높다. 미국 의학데이터베이스 펍메드(PubMed)에 게재된 한 논문을 보면 실제 철 결핍성 빈혈 환자의 88%가 얼음 중독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빙섭취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철분이 풍부한 시금치, 건포도, 닭고기, 어류 등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 된다. 다만, 그럼에도 얼음을 자주씹게 되고 턱에 간헐적 통증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을 권한다. 김하늘 부산자생한방병원장
김하늘 부산자생한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