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與 차기 경쟁…홍준표·오세훈? 다시 한동훈?

입력 2024-12-16 12:29 수정 2024-12-16 12:32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히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구도도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여권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꼽힌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란 당내의 암초를 만나 좌초하면서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여권 내부의 대권 물밑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와 윤 대통령 탄핵소추 등 여권에 지극히 불리한 정치 여건상 어느 후보가 나서더라도 야권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맞상대로 경쟁하기엔 힘이 부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적으로는 제기된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한 대표가 9%로 여권 내 1위를 기록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3%,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각각 2%로 뒤를 이었다. 국민의힘 출신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2%를 얻었다. 41%를 얻은 이 대표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현실이다.

다만 이 조사에서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없다’는 응답도 23%, ‘모름‧응답거절’도 6%로 각각 나타났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현재 여론조사상의 지지율도 크게 출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이 끝난 뒤 지지자들에게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며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내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어 단기간 재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한 대표 외 경쟁력 있는 후보가 등장하지 않을 경우 다시 한 대표에게 등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 수도 있다.

여권 내 다른 잠재적 대권 주자 중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이다. 공직선거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은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 90일 전에 사퇴해야 하지만, 보궐선거의 경우 30일 전에만 사퇴하면 된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끝난 뒤에 출마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홍 시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소통 채널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꼭 대통령 되시라”라는 글을 올리자 “고맙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 탄핵에 관해서는 시종일관 반대 입장을 보였고, 탄핵안 가결 직후부터는 SNS를 통해 한 대표 사퇴를 촉구해왔다.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던 오 시장은 ‘신중 모드’로 들어간 모습이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헌정사적 비극이 엊그제 일어난 상황에서 다른 정치적 행보를 고려하기는 이르다”며 “오 시장은 당분간은 경제와 정치적 안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