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인 내년, ‘하나의 부활절’ 맞는다

입력 2024-12-16 11:56


부활 절기를 확정했던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을 맞는 내년은 8년 만에 전 세계 교회들의 부활절이 같은 날 만나는 뜻깊은 해가 될 전망이다. 내년 부활절은 4월 20일이다.

니케아공의회는 뭐지?
니케아공의회는 AD 325년 지금의 튀르키예 북서부 이즈니크 호수 인근에 있던 니케아에서 열렸던 회의를 말한다. 이 회의에서 부활 절기를 확정했다.

교회사의 첫 공의회로 기록된 니케아공의회에선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뜨고 난 직후 주일을 부활주일로 지키기로 했다. 또한 부활주일 전 40일 동안 참회와 금욕생활도 하기로 했는데 이게 지금의 사순절로 굳어졌다.

기독교를 공인했던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가 소집한 니케아공의회에서는 이외에도 삼위일체 교리를 확립했고 ‘니케아 신경’을 제정하는 등 기독교가 종교로 체계를 잡는데 중요한 기틀을 세웠다.

하나였던 부활주일이 달라진 건 각각 다른 달력을 사용하면서부터다. 이처럼 역법이 달라진 건 동서교회 분열이라는 아픔 때문이다. 정교회는 지금은 사라진 ‘율리우스력’을 사용한다. 반면 개신교를 비롯한 다른 기독교 전통은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가 선포한 ‘그레고리력’을 쓴다.

정교회가 옛 역법을 사용하는 건 1054년 동서교회 분열의 앙금이 큰 영향을 미쳤다. 분열 이후 가톨릭 교황이 선포한 달력을 채택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로 인해 부활주일을 비롯해 모든 교회 절기가 다르다.

다만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 기준으로 춘분이 비슷한 시점에 모이고 보름달 이후 첫 주일이 동일하게 계산되는 해에는 부활절이 겹친다. 2001년 이후 2017년까지 모두 여섯 차례 부활절이 겹쳤다.

부활절 통합 논의 시동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이 되는 2025년에 각각 달랐던 부활절이 겹치는 건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다. 세계교회들도 이 부분에 주목해 차제에 부활절을 하나로 합치자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바르톨로메오 1세 정교회 세계총대주교는 최근 튀르키예에서 열린 모임에서 “2025년에 부활절 날짜가 같아지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데 교회 일치와 하나의 부활절을 향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을 따로 기념하는 건 신앙 본질을 훼손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정교회와 가톨릭 간에는 부활절 날짜 통합하기 위한 물밑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난관도 적지 않다. 2019년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가 우크라이나정교회의 독립을 승인한 이후 러시아정교회와 관계가 단절되면서 정교회 내부 의견조차 하나로 모으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논의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세계교회협의회는 내년 10월 이집트 와디 엘 나트론에서 ‘가시적 일치의 현주소는’이라는 주제로 신앙과 직제위원회를 개최하고 니케아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할 예정이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