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16일 오전 4시 20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76길엔 각 지역에서 온 대형버스들이 좌우 차선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최근까지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시민들의 눈에 익숙해진 시위집회 참석 차량들이 아니었다. 혼란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먼저 기도로 하나님의 뜻을 간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채비에 나선 성도들의 흔적이었다.
대학생 딸과 함께 기도회에 참석한 김선경(50) 집사는 “한 사람의 성도로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다. 하나님의 뜻 가운데 대한민국에 정의와 공의가 세워지도록 기도할 것”이라며 분주하게 걸음을 옮겼다. 딸 천채영(20)씨도 “위기의 때에 크리스천들이 시대를 일깨우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며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예배당 안으로 들어갔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오는 21일까지 진행하는 ‘국가안정과 국민 대통합을 위한 총동원 특별 새벽 기도회’는 첫날부터 예배당에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강단에 오른 이영훈 목사는 “좌우에 앉은 성도들과 ‘지금은 기도할 때입니다’라고 인사부터 나누자”며 포문을 열었다.
이 목사는 “예레미아 선지자가 바벨론에 의해 유다가 망하게 될 것이라 경고하던 당시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방신을 섬기고, 타락한 정치지도자들로 인해 세상이 혼탁했다”며 “신앙의 선조가 보여준 것처럼 당당하게 회개해야 할 것들을 외치고 눈물로 이 나라를 위해 부르짖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한민국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쓴 소리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도 짚었다.
“우리나라보다 민주주의 정치가 깊이 뿌리를 내린 미국은 46대 대통령을 마주하면서 단 한 번도 탄핵된 대통령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선 입법 사법 행정을 휘두르는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합니다.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권력만 잡으면 5년 동안 마음대로 한다는 생각 때문에 여야 정치권이 바꾸지 못합니다. 지금도 한쪽에선 ‘거대 야당이 문제다’ 다른 쪽에선 ‘여당이 고집을 피운다’는 얘기만 할 뿐 대국민 사과하는 사람은 볼 수가 없습니다. 정치권이 가슴을 치며 국민 앞에 무릎 꿇고 100배 사죄해야 합니다.”
이 목사는 이사야 41장 10절, 예레미아 33장 3절을 성도들과 함께 읽으며 “지금은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우리의 손을 붙들고 함께 하실 하나님께 있는 힘을 다해 기도하며 부르짖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즉시 모든 것이 바뀌진 않는다”며 “철저하게 주님께 맡기고 나아가면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대통합을 위해 기독교인부터 하나로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 목사는 “정치인들이 지역과 계파, 여와 야, 진보와 보수로 나눠놨지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하나이자 한민족’이라는 사실”이라며 “하나가 되면 나라를 살리고, 나뉜 채 물고 뜯고 싸우면 이 나라를 망하게 만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도회 참석을 위해 오전 3시 30분부터 준비했다는 김영숙(80) 권사는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미움과 다툼이 있는 곳에 사랑과 용서가 전해져 정치와 경제가 함께 살아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1일까지 매일 오전 4시 45분부터 1시간 가량 특별기도회를 진행한다. 또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고 사회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매주 토요일 특별 새벽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