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가게 사라진 전북 시골에 ‘만물상 트럭’ 다시 달린다

입력 2024-12-15 13:43 수정 2024-12-15 13:47
전북특별자치도가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 CU편의점 등과 손잡고 진안과 임실지역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한 이동장터에서 주민들이 물건을 사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제공.

동네 가게조차 사라진 전북지역 시골에 생필품을 싣고 찾아가는 ‘만물상’ 트럭이 다시 달린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진안군 2곳과 임실군 2곳 등 4곳에서 ‘내집앞 이동장터’ 사업의 시범운영을 시작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사업은 농촌마을의 소매점 감소로 인해 식료품과 생필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상 지역은 진안군 상가막마을과 평촌마을, 임실군 학암마을과 금동마을이다.

이동장터는 매주 목요일 냉장설비를 갖춘 3.5t 트럭에 라면, 포장육, 화장지 등 생필품을 싣고 마을로 찾아간다.

전북자치도와 식품의약품안전처, CU와 손잡고 새해 1월 2일까지 운영된다. 식약처가 축산물의 소포장 단위 이동판매 제한 규정을 개선하며 CU와 협의하는 단계에서 전북자치도가 손을 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10월 냉장·냉동 시설이 설치된 이동형 점포(차량)에서 축산물(포장육)을 진열·판매할 수 있도록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전북자치도는 시범운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마을 주민들의 구매 의향 품목을 사전에 조사해 판매 품목에 반영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농촌 지역의 식품사막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지원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

지난 12일 첫 판매에 나선 결과, 매출 보다 인건비 등이 더 많이 들어가 CU측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임실군에선 하루 3곳에서 운영키로 했으나 실제 임시 계단과 안전난간을 설치하는 등의 준비 시간이 많이 걸려 2곳으로 줄이기로 했다.

도는 1차 시범사업을 추진한 후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또 지역 맞춤형 식료품 공급 모델을 확대하고 도민 생활 환경 개선과 농촌 정주여건 개선에 기여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최재용 농생명축산산업국장은 “농촌지역에서 식품 사막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농촌 주민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구체화하는 등 농촌 마을의 구매 불평등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북연구원은 지난 9월 펴낸 이슈브리핑을 통해 도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국 최악의 ‘식품 사막화’ 현상을 경고해 주목받았다.

식품 사막화는 인구 감소에 직격탄 맞아 황무지처럼 변하는 지방소멸현상 중 하나로, 기본적인 식료품조차 구하기 힘든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일컫는다.

조사결과 전북은 전체 마을(행정리) 5245곳 중 4386곳(83.6%)에 식료품을 파는 소매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73.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자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전북연구원은 소매점이 사라지면 단순한 생활불편을 넘어 주민들의 영양 불균형과 만성질환 유발,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 가중, 귀농촌 기피와 출향행렬 확산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