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여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 연속 본인들이 배출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벽을 넘은 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 전 대통령에 이은 헌정 사상 세 번째 일이다.
강성 지지층이 마지막까지 탄핵 반대를 주장해온 만큼 친한(친한동훈)계와 반한(반한동훈)계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여당 내부는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말까지 나온다. 극심한 내홍을 수습할 구심점이 사라질 경우 보수 궤멸의 속도와 범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1일 만에 가결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최서원(개명 전 이름 최순실)씨의 태블릿PC가 언론 보도로 공개면서 공분을 산 지 46일 만에 이뤄졌던 것에 비하면 훨씬 신속하게 마무리된 것이다. 한 친한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민이 느끼는 감정이 실망감이었다면, 이번 계엄 사태에서 국민이 느낀 정서는 공포감”이라며 “사태 수습 속도가 같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앞서 지난 7일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시도했지만 국민의힘이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처리가 불발됐다. 여당에서는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 등 3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하지만 여당의 당론 불참 결정은 더 큰 국민적 분노에 봉착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는 등의 구체적인 위법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여권에서도 ‘탄핵 불가피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수습책으로 윤 대통령의 조기 하야를 전제로 한 ‘질서 있는 퇴진’을 추진했지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대국민 담화를 내놓으며 이를 거절했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윤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은 탄핵 저지선에서의 추가 이탈을 불렀다.
‘2연속 대통령 탄핵소추’란 대형 악재를 맞은 여권이 정치적 타격을 쉽게 회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여당이 처한 정치적 지형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불리하게 기울어져 있다. 당시에도 여소야대였지만, 여당인 새누리당 의석수(122석)가 원내 1당인 민주당(123석)과 1석 차이에 불과했다. 야당도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나뉘어 있었다. 반면 지금은 민주당(170석)과 국민의힘(108석) 의석수가 훨씬 더 벌어져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여권 일각에서는 당 외부에 있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차기 대선주자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나타났지만, 현재로서는 그만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여권으로서는 고민거리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그전까지 여권 분열상을 봉합하고 재건의 기반을 마련할 구심점이 보이지 않다는 게 국민의힘이 당면한 최대의 고심이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탄핵 찬반으로 분열된 여권이 다시 통합할 만한 명분도, 리더십도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며 “8년 전 탄핵 때보다 더 힘든 시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