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의 尹 탄핵 열차, 朴과 무엇이 달랐나(영상)

입력 2024-12-15 00:10 수정 2024-12-15 00:38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정치적 후폭풍은 대한민국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돼버렸습니다.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8년 만에 또다시 광장에서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를 지켜내야할 처지가 됐는데요.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랐을까요.

첫째, 야당의 반응속도가 차이가 있었죠. 박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당시 야당들은 탄핵해야 한다는 결정을 쉽게 못했습니다. 비선실세였던 최서원 개명 전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한 태블릿 보도가 나온게 2016년 10월 24일. 다음날 박 전 대통령은 첫 번째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비선실세 존재를 처음 인정했죠. 그런데 야당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건 12월 3일, 통과된 건 12월 9일입니다. 첫 대국민사과 45일 뒤의 일이죠.




그 이유에 대해서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역풍의 기억 때문이라는 게 정설입니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탄핵 역풍을 등에 업은 열린우리당은 과반을 넘는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민간인에 의한 불법적 국정운영 증거들이 나왔음에도 야당에서조차 처음에는 탄핵이 아니라 거국중립내각 구성이나 대통령 스스로 퇴진하는 하야부터 밀고 갔던 겁니다.

반면 윤 대통령의 경우는 다르죠.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무력으로 제압하고 정치인 체포명령까지 내렸습니다. 그래서 야당은 즉시 탄핵해야 된다는 입장을 처음부터 내세우게 됩니다.



탄핵소추안의 내용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쟁점이 딱 하나 불법적인 비상계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계엄법 형법 등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건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헌재의 탄핵선고 학습효과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는 총 13가지였는데 당시 헌재는 이걸 ①최서원의 국정개입 허용과 뇌물죄 및 공무상 문건 유출 등의 권한 남용 ②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생명보호 의무와 직책성실 의무 위반 ③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직업공무원 제도 침해 ④언론 자유 침해 등 4가지 쟁점으로 나눠 선고합니다. 여기서 탄핵사유로 인정된 건 1번이고 나머지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둘째,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도 변수인데요. 탄핵이 가결되면 대통령은 직무정지되고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죠. 지금 헌재가 주목받는 건 박 전 대통령 때와 재판관 구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사건 심리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필요한데 지금 헌재엔 재판관이 6명밖에 없습니다. 지난 10월에 국회 추천 재판관 3명이 퇴임한 뒤에 여야가 치고받고 싸우다가 추천을 안했기 때문이죠.

이게 문제가 된 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때였는데 8월 탄핵된 이 위원장이 재판관 3인 공석 때문에 심리가 지연되자 재판관 정족수 부족으로 지연되는 건 부당하다고 효력 정지 가처분을 냈고 헌재가 이를 받아들여서 일시적으로 6인 체제로도 가능하도록 바꿔놨습니다.

문제는 법상 탄핵을 결정하려면 재판관 6인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는 거죠. 근데 지금은 대통령 탄핵을 하려면 재판관이 6명밖에 없으니까 전원 찬성을 해야 탄핵이 됩니다. 특히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일반 사건처럼 6인 심리로 출발할 수 있을지도 의견이 다릅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당시 헌재 재판관은 9인 완전체였는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한달 뒤 퇴임하면서 8인 체제가 됐었죠. 또 이정미 재판관도 퇴임을 앞두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선 9인 체제에서 선고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지만 헌재는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위급상황을 신속히 해소해야 한다며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인 2017년 3월 10일 탄핵소추안을 인용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얘기하면서 자진 하야를 거부하고 탄핵심판에 대비하는듯한 내용을 발표한 것도 법률전문가인 그가 헌재 구성이 지금처럼 6명으로 유지될 경우 탄핵 기각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겠죠.

그래서 정치권은 부랴부랴 헌재 재판관 3명 추천을 했는데요. 임명은 원래 대통령이 하는데 탄핵 이후엔 총리가 권한대행으로 하게 됩니다. 2017년 황교안 전 총리가 권한대행 자격으로 재판관을 임명한 사례가 있습니다. 헌재 재판관 임명이 순조롭게 이뤄질지가 관전포인트입니다.

셋째, 탄핵 직전 지지율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박 전 대통령 때와 비교하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높다는 게 특징인데요.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조사해 13일 발표한 윤 대통령 지지율은 11%, 탄핵 찬성률은 75%입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직전 지지율은 5%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서원의 국정개입이 확인된 이후부터 탄핵 가결까지 6주 연속으로 5%대 지지율을 기록합니다. 이는 김영삼정부 말기인 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6%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럼 여론조사만으로 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IMF 외환위기나 국정농단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일까요? 임기의 대부분을 지지율 20%대의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보낸 윤 대통령으로선 10%대 초반의 지지율이 별로 큰 타격이 아닐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만큼 보수층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박근혜보다 더 단단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백상진 기자 이지혜 PD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이지혜 PD